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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관료들의 백신 정치화

김영필 뉴욕특파원

美 100명당 1회 접종률 40% 달해

백신 출시 이후 빠르게 일상 찾아가

한국은 여전히 코로나 K방역 말뿐

文정부 실패 인정하고 솔직해져야





지난 14일 미국 남부의 대표적 휴양 도시인 찰스턴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한 조치를 없앴다. 사무실 내에서도 거리 두기만 지키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새 지침이 적용된 지난 주말, 찰스턴의 길거리와 식당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상점은 줄을 서 입장해야 했고 관광 마차는 사람을 가득 채워 날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찰스턴이 지나친 것일까. 닷새 전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오는 6월까지는 대오를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이후에는 (마스크 착용 정책을)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유령도시가 됐던 뉴욕도 마스크를 벗는 날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뉴저지와 코네티컷 등 동북부 주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들이 꽤 늘었다. 이미 마스크 의무화를 없앤 주만도 24개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이것이 미국의 현주소다. 지난해에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컸지만 올해는 다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크게 늘어나면서 개인과 지방정부의 자신감이 커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은 인구 100명당 최소 1회 이상 백신 접종률이 40.2%에 달한다. 누적 접종 횟수만 2억 2,200만 건이다. 가을께부터는 추가 접종(부스터샷)에 12~15세 접종도 이뤄진다.

지금까지 3,173만 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나오고 56만 명 이상이 숨졌지만 백신 출시 이후의 미국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인 7월 4일(미국 독립기념일)까지 집단면역이 충분히 가능한 분위기다.

답답한 것은 한국이다. 그제 한국 정부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화이자로부터 2,000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힌 모양이다.



이 얘기를 듣고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의 입장이 궁금해졌다. 지난해 그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백신이 급하지 않다” “화이자 백신을 쓸 나라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2,000만 명분의 화이자 백신을 더 들여오기로 했으니 그의 생각이 바뀐 것일까. 청와대는 이 부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말을 빌리면 진실을 말하는 유일한 방송인 뉴스공장 청취자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궁금한 점은 또 있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당과 언론을 겨냥해 “11월에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다”면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백신 대란 같은 과도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는 2,000만 명분 추가 도입 소식을 토요일 오후 늦게 긴급 발표했다. 토요일 오후 브리핑은 문재인 정부가 이 사안을 매우 민감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긴급 대응을 했나. 정부 스스로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홍 부총리의 뜻과 달랐을 수는 있겠다(패싱은 그 전에도 왕왕 있었다).

정책 실패는 범죄다. 개인과 사기업은 과정이 중요할 수 있지만 정부와 공공 조직은 결과로 말해야 한다. 정책이 선의였다는 말은 술자리에서나 가능하다. 어떤 식으로든 코로나19 백신 수급이 늦어진 데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최근 독자들에게서 “미국에 가면 백신을 맞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온다. 나이가 있고 코로나19에 취약한 분들이다.

코로나19 백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 경제와 직결된다. 이제라도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좀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피땀눈물 위에 세워진 K방역의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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