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검찰총장 후보의 윤곽이 이번 주에 드러난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회의를 열어 10명 안팎의 후보자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거쳐 3~4명의 후보를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장관은 이 가운데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3일 새 검찰총장 인선과 관련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에 대한 충성을 검찰총장의 제1덕목으로 주문한 셈이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코드 총장’이 바람직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추천위에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한다는 걸 인정해버린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비판했겠는가. 검찰총장 후보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오수·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 광주고검장,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이 거론된다. 친정권 성향을 드러낸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자신의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다. 권력 비리 수사를 뭉개면서 피의자 신분이 된 이 지검장이 후보로 거명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치 중립성 및 독립성 확보와 인권 보호다. 검찰총장은 정권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권력 비리 척결과 국민 기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더욱이 새 검찰총장은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무너진 사법 시스템을 바로잡는 임무를 맡게 된다. 추천위는 헌법 가치를 준수하고 정치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인사를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해야 한다. 문 대통령도 정권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지키는 검찰 수장을 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흠결 있는 인사를 검찰총장으로 인선한다면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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