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국경봉쇄가 13개월째 접어들면서 북한 농가 내 비료 품질 문제가 불거지고, 농기계의 70%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영농자재 부족 현상이 심화될수록 북중 무역 재개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가 일부 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코트라 일본 나고야 무역관이 분석한 ‘대중 무역 제한 여파로 위기에 처한 북한 농가’ 보고에 따르면, 본격적인 파종과 모심기를 앞둔 4월 북한 농가에서 비료, 농약, 옥수수와 벼 유묘용 비닐, 농기구 등 필수 영농자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북한 농부들이 품질 문제로 중국산 비료를 선호하는 가운데 지도부가 비료 공급이 4월 중순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수송이 연기되면서 비료 공급도 지연될 전망이다. 또 통상 농기계 보수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지난 1년 간 북중 무역이 제한되면서 농기계 10대 중 7대가 멈춰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일본경제신문은 2020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약 440만 톤으로 연간 필요량과 비교하여 약 100만 톤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보도를 냈다. 실제로 북한은 1월 노동당 대회에서 인력 부족 겪는 농업과 광업 분야에 젊은 인력을 배치하기 위해 군 복무 기간을 남자는 13년에서 8년으로, 여자는 8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 바 있다. 코트라는 대병력 유지 방침에 따라 군량미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북한의 농업 인력 부족이 생산량 감소로 이끄는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농자재 부족 문제에 직면한 북한은 지난 3월 거의 반년 만에 북중 무역을 일부 재개했다. 북한 무역 동향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0월부터 중국과의 무역을 사실상 중단한 북한이 3월 한 달 동안 중국으로부터 약 1,297만 달러 규모의 비료 등을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본 지지통신은 지난 24일 북한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에 북중 국경봉쇄 조치를 비공식적으로 해제했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이종걸 민화협 의장은 "형식적으로는 봉쇄가 해제됐지만, 아직 (교류가) 원활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북중 무역이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을 싣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 타임스’는 북한과 중국의 무역을 담당하는 운송회사 책임자를 인용해 오는 5월 1일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과 신의주를 오가는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NHK’ 방송 역시 지난 15일 '평양역’이라고 적혀 있는 열량이 넘는 길이의 화물열차를 단둥에서 포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22일 민간 선박 추적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선박 7척이 중국 항구나 공해상에 머물고 있는 사실을 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3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수입물자소독법’을 채택하기도 했다. ‘수입물자소독법’은 수입 물자가 국경을 통과할 때 지켜야 할 소독 절차와 방법을 정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에 따라 북중 무역 재개 후 무역량이 점차 회복세로 접어들면 북한에서도 국경봉쇄 조치를 공식적으로 일부 완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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