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거머쥔 윤여정 "오 브래드, 드디어 당신을 만났네요"

재치 있는 여우조연상 소감 또 한번 화제

"미나리 찍으며 우리 모두 가족 됐다" 감사

경쟁 배우들에게도 "내가 운이 좋았을 뿐"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검은 드레스를 입고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오 브래드, 드디어 당신을 만났네요. 우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있었나요.”

유쾌한 수상 소감에 시상자인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장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 순자 역으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 제작자이기도 한 배우 브래드피트로부터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뒤 무대에 올라 “아시아권에 살면서 서양의 TV 프로그램을 많이 봤는데, 오늘 직접 이 자리에 오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윤여정은 자신에게 투표해 준 아카데미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미나리 팀에도 한명 한명 이름을 언급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는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한예리, 노엘,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며 가족이 됐다"며 “무엇보다 정 감독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신은 우리의 선장이자 또 나의 감독이었다”고 전했다.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느냐”며 “난 그냥 운이 좀 더 좋아서 이 자리에 선 것일 뿐”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자신의 영화 데뷔작 ‘화녀’의 김기영 감독을 향한 감사 인사도 이어졌다. 윤여정은 “나의 첫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데, 살아 계셨다면 분명 기뻐해주셨을 것”이라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이번 윤여정의 쾌거는 한국 배우로서는 남녀 통틀어 첫 오스카 수상 기록이며 아시아 배우로서는 일본 영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다.

/송주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