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격적인 대권 도전 행보에 나선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6일 여권 내 다른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해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잘 안 나오셨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문제를 두고 유력 주자인 이 지사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지사를 ‘그분’이라고 지칭하며 “원래 중대본에 참석해야 된다”며 “그러면 정부의 노력과 백신 상황을 다 알게 되고 그걸 잘 알게 되면 그런 말을 하기 어려울 텐데 회의에 잘 안 나오셨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지사가 결석을 여러 번 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예”라고 답하며 “정부의 노력이나 현재 우리 상황을 정확히 알면 그런 말씀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가 언급한 “그런 말”은 스푸트니크V를 들여와야 한다는 이 지사의 주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미 접종 중인 아스트라제네카(AZ) 이상의 안전성만 검증된다면 러시아산이라고 제외할 이유가 없다”며 “쥐만 잘 잡으면 되지, 고양이 털 색깔이 무슨 상관이겠냐”고 적었다. 당시 이 지사는 “AZ와 같은 계열이라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스푸트니크V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이 남긴 AZ를 사오자니 참으로 딱하다”고도 했다.
정 전 총리가 백신과 관련해 이 지사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1일에도 정 전 총리는 스푸트니크V 도입을 놓고 “현재 시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한 데 이어 이틀 뒤인 23일에도 이 지사의 주장이 방역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 전 총리가 다른 대권 도전자들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만큼 국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주제인 백신 문제를 두고 이 지사를 공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 교수는 “총리 재직 시절 자신이 주도했던 백신 정책에 이 지사가 훈수를 두는 것이 마땅치 않았을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해서는 “저는 경제 전문가고 이 대표는 언론인 출신”이라고 자신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또 “그것이 상당히 중요한 점이냐”는 질문에는 “국민 여러분께서 평가하실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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