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조정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세제 논의’와 관련해 혼선을 거듭하는 것은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벌어지는 갈등으로 분석된다.
26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 논의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지만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법안이 들어온 게 몇 개인데…”라며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의 부동산 세제 완화 불가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고 의원은 또 이날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종합부동산세 기준 완화 여부와 관련해) 열고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고 의원은 홍 직무대행이 이날 오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비공개 당정 협의에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참석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언급을 자제해왔지만 지금은 공론화가 됐다”며 이런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홍 직무대행은 “(기준이 세워진 지) 12년이 흘렀는데 (기준이) 유지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는 받아들인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 부동산 규제 완화를 두고 의견이 충돌하는 것은 중도층의 표심을 잡으려는 의원과 지지층마저 떠날 수 있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중도층 표심 잡기가 급한 지역 의원들은 종부세 완화 법안까지 발의한 반면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종부세 완화 시 ‘탈당’하겠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등 양측의 세 대결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미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원칙”을 강조하고 소병훈 의원이 완화책에 대해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쏘아붙이면서 당내 기류 변화는 예고된 바 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새 원내지도부가 당에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종부세·재산세 등을 손보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강성 지지층 압박에 ‘회군’ 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산토끼’인 중도층을 겨냥한 부동산 세금 완화 카드를 꺼내자마자 ‘집토끼’인 지지층의 반발에 당 전체가 혼란에 빠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민주당의 ‘갈팡질팡’ 행보가 대선 경선이 본격화하는 오는 5월 이후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재보선 패배 이후 산토끼를 잡자고 부동산 세금 완화를 주장했지만 집토끼 이탈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정권 말 집권 여당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결국 대선 경선이 본격화하면 중도층을 잡으려는 이른바 ‘미래 권력’ 진영과 반대로 ‘현재 권력 지킴이’ 역할을 하는 세력 간의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집토끼와 산토끼를 다 잡는 정치적 셈법이 고려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산토끼를 잡자는 차별화마저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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