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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빚 탕감법’ 선거용 포퓰리즘 아닌가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에 발의한 ‘은행빚 탕감법’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코로나19 등 재난으로 소득이 급감한 사업자는 은행에 대출 원금 감면이나 상환 연장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감면을 명령했는데 은행이 따르지 않으면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자영업자 구제라는 취지만 보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실행에 들어가면 곳곳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제도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지도 의문인데다 재산권을 침해하게 된다. 당장 은행들은 다른 소비자에게 빚 탕감에 따른 손실을 전가하게 된다. 처음부터 저신용자에 대한 여신을 중단해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사람도 속출할 것이다. 대출한 뒤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도 있다. ‘선의의 역설’을 넘어 시장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오죽하면 금융 당국이 우려를 표명했겠는가. 문재인 정부 들어 ‘관치·정치 금융’은 도를 넘어섰다. 배당에 개입하고 이익공유제로 주머니를 털겠다고 나선 것도 모자라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출금리 인하를 대놓고 요구했다. 금융회사를 공적 기구로 여기고 은행 돈을 국가가 언제든 빼앗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인상마저 풍긴다. 청와대가 뒤늦게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지만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신용이 낮은 사람이 높은 이율을 적용 받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말한 것은 금융 산업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보여준다.

집권 세력은 금융 산업에 대한 근본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복지의 창구로 여기는 후진적 발상으로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선진형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 이상의 허황된 욕심이다. 무더기로 도산한 금융회사를 살리려 수백조 원의 혈세를 쏟아부었던 환란의 악몽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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