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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협상의 역발상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국회나 정치권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협상’이다. ‘개원 협상’ ‘단일화 협상’ ‘물밑 협상’ 등 정치인에게 있어 협상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협상력’은 매우 중요한 자질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념과 가치·철학이 서로 다른 정당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는 지난 2013년 당시 집권 여당의 원내 수석부대표로서 야당인 민주통합당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40여 회가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인 적이 있다.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 따라 정부 조직을 바꾸는 것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지만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야당과 무려 52일에 걸쳐 치열한 기싸움이 지속됐고 필자는 링거를 맞으며 투혼으로 1인 3역을 했다. 협상은 잘 끝났다.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링거 투혼’이 정치권에 회자되면서 협상력을 인정받은 필자는 집권 여당의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좋은 협상가는 상대방의 ‘요구’에 집착하기보다 그 너머에 있는 ‘욕구’를 파악하는 데 방점을 둔다. 여기에 자신만의 열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행동과 인식, 감정의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는 정보력과 공감 능력이 더해진다면 난공불락과도 같은 협상에서 얼마든지 돌파구를 찾을 수가 있다.



21대 국회는 180석이 넘는 거대 의석을 가진 집권 세력으로 인해 일방적인 의회 독주가 일상화돼 있다. 야당과 어설픈 협상에 나섰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집권 여당은 야당과의 대화나 협상에 소극적이다 못해 엄포를 놓기 일쑤다. 야당도 국민이 선출한 대표인데 의석수를 앞세워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공감 제로, 불통의 시대다.

이럴 땐 정공법 대신 ‘협상의 역발상’이 필요하다. 미국과의 베트남 전쟁을 승리로 이끈 보응우옌잡 장군은 상대가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고, 적이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았으며, 상대가 생각하지 않은 방법으로 싸웠다고 회고한 바 있다. 절대적인 힘의 우위에서 밀리더라도 역발상을 통해 얼마든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끈 사례는 많다.

특히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정보’가 협상의 승패를 좌우한다. 18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여당을 상대로 100석 남짓한 의석을 가진 소수 야당에겐 더더욱 그렇다. 협상은 머릿수와 주먹으로 하는 게 아니라 머리와 가슴으로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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