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시험 합격자 연수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한다’는 조치를 내리면서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변호사 업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변협은 연수 인원 제한이 “변시 합격자 연수의 내실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수험생 등 단체는 “기존 변호사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로스쿨 졸업생만 희생되고 있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해마다 늘고 있는 변호사 수에 대해 법무부가 뚜렷한 중재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이 그동안 쌓였던 로스쿨 졸업생·변호사 업계의 묵은 ‘앙금’이 일시에 폭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변협은 26일 제10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 실무 연수자를 최대 200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이 연수 인원을 제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대한변협에서 연수를 받는 인원은 지난해의 789명에서 4분의 1 가까이로 줄게 됐다. 대한변협은 29일까지 접수 신청을 받고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연수 인원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대한변협의 연수 인원 제한 조치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사무실조차 개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변호사법은 ‘6개월 이상 법률 사무종사기관에서 법률 사무에 종사하거나 대한변협에서 연수를 마쳐야 법률사무소를 단독으로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법률 사무 종사·연수를 받아야 법무법인(유한 포함)·법무조합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최근 4년 동안 대한변협에서 실무 연수를 받은 인원은 500~700명 수준이라는 점에서 최대 500명 가까운 변호사 시험 합격자가 이른바 ‘연수 대란’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등이 대한변협의 조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 1,200명 감축’을 주장하는 대한변협이 이번 카드로 “신규 변호사의 시장 진입을 막으려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로스쿨 원우협의회 측은 “1회 시험에서 응시자 대비 87%가 합격했지만 연이은 법조계의 ‘사다리 차기’로 올해는 54%만 합격했다”며 “올해는 변협 연수도 할 수 없고, 하더라도 그 인원이 제한돼 피해를 입는 로스쿨들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제10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한 예비 변호사도 “‘변시 낭인’에 이어 ‘변호사 낭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한변협 측의 연수 인원 제한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협 측은 “법률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공급이 원인”이라며 손 놓은 정부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변호사 단체가 오래전부터 합격자 감축을 주장해왔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올해 법무부가 연수 인원 지원 예산까지 없애면서 사태가 초래됐다는 주장이다. 대한변협 측은 “애당초 5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가 관리지도관이 돼야 하는데 그동안 2년 경력의 변호사가 대여섯의 수습 변호사를 지도해왔다”며 “변호사 수를 줄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이전부터 지적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 측은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변호사 연수 관련 예산이 감액됐다”는 말 외에는 여전히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민구·구아모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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