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물러나는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그간 세 차례 사의를 밝혔다. 첫 번째는 지난해 6월 원 구성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의 18개 상임위원장 독식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진 것이다. 두 번째는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막지 못한 탓이었다. 모두 ‘거여(巨與)’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같았다. 세 번째 사의는 달랐다. 4·7 재보궐선거 압승 축하 분위기 속 차기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조기 퇴진하기로 했다.
주 권한대행은 상임위 전부 포기 등으로 ‘거여 폭주 프레임’을 만들어내 재보선 승리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주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국토교통위원회·정무위원회 등 상임위원장 일곱 자리는 내주겠다 했으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가져간다는 이유로 전부 포기했다. 이에 대해 무력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상태다.
다만 이것이 국민 전반을 위해 좋은 전략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 공수처법은 물론이고 ‘기업규제 3법’ ‘부동산 3법’ 등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이 속절없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상임위원장 일곱 자리라도 있었다면 야당이 협상력을 더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데 주 권한대행에게는 사퇴를 하루 앞두고 첫 단추를 다시 꿸 기회가 운명처럼 주어졌다. 민주당이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윤호중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취임으로 공석이 된 법사위원장 임명 표결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주 권한대행은 앞서 “(양 당의) 새 원내대표가 정해지면 원구성 재협상 문제를 공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가 지연되면서 주 권한대행 앞에 숙제로 놓이게 됐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다시 가져가면 사실상 원 구성의 재협상 여지가 없어진다. 주 권한대행은 법사위원장을 돌려 달라고 하든, 선출을 미루게 하든 총력적으로 협상을 벌여야 한다.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하겠다면 원 구성 재협상이 순리라는 뜻을 밝힌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해 부결이라도 시도해야 한다. 이는 여야가 33년간 지켜온 관행과 대화·타협의 문화를 복원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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