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김태현 구속 기소…"보복심리 가진 반사회적 성향"

검찰, 경찰과 마찬가지로 김태현 사이코패스 아니라고 판단

책임 전가하고 극단적 방법으로 분노 해소하는 반사회적 성향

김태현이 지난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오승현 기자

노원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4)이 구속된 채로 재판에 넘겨졌다.

27일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임종필 부장검사)는 김 씨를 살인·특수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위반죄(지속적 괴롭힘) 등 5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 A씨가 연락을 피하고 전화번호까지 바꾸자 스토킹을 하다가 살해할 의도로 집까지 찾아 피해자과 여동생,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큰딸과 김 씨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됐다. 이후 A씨가 게임비용 일부를 대신 부담하는 등 친절을 베풀자 호감을 느꼈다. 이들은 올해 1월 오프라인에서 두 차례 만남을 가지고 함께 게임을 했다. 하지만 지난 1월 23일 지인 2명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김 씨가 갑자기 화를 내는 등 신경질적인 행동을 하자 A씨는 김 씨의 연락을 차단했다.

술자리 다음 날인 1월 24일 김 씨는 A씨의 집을 무작정 찾아가 기다렸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A씨가 ‘택배를 받아야 해 같이 게임할 수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택배 문자메시지 캡쳐 사진을 받은 것을 이용해 피해자의 주소를 파악했다.

A씨가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며 명백히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2월 7일에는 A씨에게 차단되지 않은 다른 어플 계정으로 “후회할 짓은 하지 말랬는데 안타깝다. 잘 살아봐”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협박까지 일삼았다. 2월 8일 A씨가 전화번호를 바꾸자 김 씨는 이에 반감을 느꼈고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 생기면 가족까지 살해할 계획을 세운 김 씨는 3월 19일 다른 게임 계정을 이용해 A씨에게 접근해 범행 당일의 동선을 파악했다. 또 그는 자신이 일하던 식당에 범행 당일 이후 며칠간 휴가를 요청했으며 본인과 피해자 주거지 근처 상점에서 청테이프와 과도를 각각 훔쳤다.



김 씨는 범행 당일 오후 5시 35분께 상품 배달을 가장해 피해자의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A씨의 여동생이 문을 열고 나오자 김 씨는 여동생을 칼로 협박해 살해했다. 이후 오후 10시 6분께 귀가한 어머니를 살해하고 오후 11시 30분께 귀가한 A씨마저 살해했다. 김 씨는 범행 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를 검색하고 피해자들의 해당 부위를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다음 날인 24일 김 씨는 피해자 집에 있는 컴퓨터와 SNS에 접속해 본인과 관련된 내용을 탐색했으며 대화 목록와 친구 목록을 모두 삭제했다.

검찰은 피고인과 피해자 소유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16대에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해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했다. 또 검찰은 김 씨가 낮은 자존감과 피해의식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동시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본인의 분노를 해소하려는 반사회적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검찰은 경찰과 마찬가지로 김 씨가 사이코패스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씨의 범행이 ‘스토킹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스토킹 범죄라고 봤다. 하지만 스토킹 처벌법이 올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김 씨에게는 적용되지 못했다.

한편 검찰은 피해자 유족에게 장례비와 구조금 등 7,400여 만원을 지급했다. 또 유관기관과 연계해 심리치료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향후 피고인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동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