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 주장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고, 명칭보다는 실질이 중요하다"며 "'공정벌금'이라는 명칭은 어떠냐"고 27일 제안했다.
이 지사는 지난 25일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과 관련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방을 벌였다. 재산비례 벌금제는 피고인의 경제력에 따라 벌금 액수에 차이를 두는 것으로, 같은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재산이 많으면 재산이 적은 사람보다 벌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현행 총액벌금제를 지적하며 "같은 죄로 벌금형에 처해도 부자는 부담이 크지 않아 형벌 효과가 떨어지고 빈자에게는 더 가혹할 수밖에 없다"며 "핀란드는 100년 전인 1921년, 비교적 늦었다는 독일도 1975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했다. 이에 윤 의원은 핀란드는 재산이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벌금액을 정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기도지사쯤 되시는 분이 소득과 재산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없는 만큼 (거짓을 말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따져물었다.
이 지사는 당일 페이스북에 글을 재차 올려 "재산비례 벌금제는 벌금의 소득과 재산 등 경제력 비례가 핵심 개념"이라며 "재산비례 벌금제의 의미와 글 내용을 제대로 파악 못 한 것이 분명하니 비난에 앞서 국어 독해력부터 갖추시길 권한다"고 날을 세웠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지사는 27일 페이스북에 "공정벌금은 전두환, 노태우 정권, 노무현 정부에서도 논의됐고,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지만 번번이 재산 파악과 기준설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도입에 실패했다"며 "정확하지 않으니 하지 말자는 것은 잡히지 않는 도둑도 있으니 아예 도둑을 벌하지 말자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재산 아닌 소득만 비례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도 대환영이며 국민의힘이 경제력비례 벌금제도를 동의하시는 것만도 감지덕지"라며 "첫술 밥에 배부르지 않고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인 것처럼 완전 공정이 어렵더라도 조금이나마 더 공정할 수 있다면 개선하는 것이 정의롭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윤 의원님의 반론과 의견 덕분에 '공정벌금'이 우리 사회 주요의제가 되었으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논쟁 과정에서 한 제 표현에 마음 상하셨다면 사과드리며 공정벌금제도 입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