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이 국내 무대 위 스크린으로 찾아온다. LG아트센터가 아비뇽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와 손 잡고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아비뇽 페스티벌 시네마’를 통해서다. LG아트센터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화제작 4편과 아비뇽 페스티벌이 추천하는 아티스트의 작품 1편 등 총 5편의 공연 영상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한다고 27일 밝혔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샤우뷔네 베를린의 예술감독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대표작 ‘햄릿’이다. 오스터마이어는 ‘인형의 집-노라’, ‘민중의 적’, ‘리처드 3세’ 등의 내한 공연으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텁다. 2008년 교황청 안뜰 무대 ‘쿠르 도뇌르(Cour d’Honeur·명예의 뜰)’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비디오 카메라를 든 햄릿’으로도 유명하다. 공연이 시작되면 비디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고 독백하는 햄릿이 관객을 맞이한다. 쏟아지는 빗 속에서 흙을 파헤치며 선왕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이때부터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카메라 클로즈 업을 통해 개별 인물의 불안한 내면을 살피고, 무대를 가득 덮은 흙을 활용해 이들의 심리와 공간을 표현해낸다. 극이 진행되고, 진실을 파헤칠수록 질척한 흙이 무대를, 그리고 햄릿을 덮쳐온다. 20여 명의 등장인물을 단 여섯 명의 배우가 소화하면서 밀도 있는 연기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제공한다.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안느 테레사와 로사스 무용단의 ‘체세나’도 만나볼 수 있다. 2011년 제65회 아비뇽 페스티벌 아비뇽 교황청 안뜰 무대에서 새벽부터 동 트기 전까지 공연된 작품으로 새벽 4시 반, 교황청 무대 위에 흙으로 그린 커다란 원 앞에서 한 무용수가 크게 호흡하며 막이 오른다. ‘미니멀리즘 현대 무용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는 반복적인 음악, 시공간과의 수학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한 안무작들로 현대무용계에 거대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다. 악기도 세트도 조명도 없는 무대에서 19명의 무용수와 가수가 어우러져 떠오르는 태양 빛 속에서 오직 목소리와 몸짓으로만 음악을 노래하고 표현한다.
이 밖에도 2013년부터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은 연출가 올리비에 피의 ‘리어왕’, 프랑스 연극계의 떠오르는 신예 연출가 토마스 졸리의 ‘티에스테스’, 몰리에르상과 유럽 연극상을 받은 극작가 겸 연출가 조엘 폼므라의 ‘콜드룸’ 등 공연예술계를 이끄는 대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 축제로 손꼽힌다. 1947년 배우이자 연출가인 장 빌라르가 아비뇽 교황청 안뜰의 야외 무대에서 연극 3편을 공연한 것이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시작됐다. 매년 7월 약 3주 간 진행되는 페스티벌이지만,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행사가 전면 취소됐고, 올해 진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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