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핵심 애플리케이션(앱)외 다른 곳에서 수집한 이용자 정보는 전부 삭제해야 한다”(팀 쿡 애플 CEO)
“애플은 모든 사람들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규칙을 다시 쓰려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앙숙 관계인 팀 쿡과 마크 저커버그의 대립이 ‘이용자 정보 이용’을 놓고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26일(현지시간)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플랫폼 업체들이 개인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아이폰 이용자들이 선택하도록 하는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기능을 담은 모바일운영체제 ‘iOS 14.5’와 ‘아이패드OS 14.5’를 출시했다. 이로 인해 앱 서비스업체들은 이용자 정보를 이용할 때 반드시 사전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같은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페이스북은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양측이 표면적으로는 ‘이용자 개인정보’문제로 맞부딪히고 있지만 본질은 수익모델이 다른 두업체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분석이다. 모바일기기 사용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개별 앱 구독료를 추구하는 애플과 맞춤형 광고로 수익을 내는 페이스북의 맞대결이 양 공룡 테크기업 수장의 대립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팀 쿡 CEO는 이달초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을 겨냥해 “이용자들을 추적하지 않고도 디지털 광고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지난 1월 2020년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애플이 이용자를 위한 정책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며 애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진 저커버그는 팀 쿡과는 그동안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8년 영국의 데이터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8,700만여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돼 위기를 맞았는데, 당시 사건 수습방향에 대한 의견차가 갈등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저커버그의 문의에 팀 쿡은 “페이스북은 다른 곳에서 수집한 이용자 정보는 전부 없애야 한다”고 신랄하게 지적했고 저커버그는 쿡의 충고를 무시했다.
상대방에 대한 노골적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저커버그는 “애플이 정보보호 정책을 시행한다면 맞춤형 광고에 의존하는 전 세계 수백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피해를 받을 것”이라며 올초 미국 주요 일간지에 애플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광고를 냈다. 팀 쿡은 “애플이 어떤 면에서는 페이스북과 경쟁하지만 가장 큰 경쟁업체의 명단에 페이스북은 끼지 못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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