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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볼까?] '모범택시' 기사님 과속해주세요, 요금 많이 나와도 좋으니





"이제 당신을 괴롭힌 그들을 혼내주고 싶다면 파란버튼을, 혼내주고 싶지 않다면 빨간버튼을 꾸욱 눌러주세요.“

파란버튼을 누르는 순간 미터기가 켜지고 ‘모범택시’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오직 억울한 자만을 위한 통렬한 복수, 단 한번도 휘청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무지개택시가 어쩌면 곧 당신 앞에 설지도 모른다. 단 요금은 많이 비싸요.

전무후무한 대리 복수극으로 초반부터 폭발적인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가 6회까지 방송된 현재 16%(닐슨코리아/전국)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원작 웹툰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구성에 지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 준대로 받으라는 식의 무지막지한 응징이 회사 다니느라 더부룩했던 시청자들의 금,토요일 밤을 속 시원히 달래주고 있다.



▲ ‘반드시 처벌하고 싶었던’ 가해자들

6화까지 등장한 피해자들은 아동성범죄, 장애인 노동착취, 학교폭력, 직장갑질에 시달리는 전형적인 약자였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현실에 있거나, 있을 법한 인물들이었다. 재판을 받고, 죗값을 치렀으나 그 값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던 인물들. 그들의 실체가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온 국민이 경악하며 항의전화를 하거나 국민청원에 동의하든지 자신이 할 수 있는건 뭐든 했다. 그리고 결과는 언제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무기력함에 홀로,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울분을 터트릴 뿐이었다.

‘모범택시’는 바로 이 부분을 건드린다. 법과 제도의 허점, 혹은 지위와 재력을 이용해 죗값을 낮추고 혹은 죄를 미담으로 포장시켜버리는 행태. 그 가해자들에게 김도기(이제훈) 기사는 한방 멕이고, 또 한방 멕이고, 나중에는 한 2년은 먹을 만한 빵을 셔틀해다가 진짜 먹인다. 피해자의 고통을 그대로 되갚아주는 사적 제재의 쾌감은 온 몸을 찌릿찌릿하게 만든다. 당연하지. 이건 판타지니까.



▲ 원작에 기반하지만 ‘완벽하게’ 다른

‘모범택시’는 2017년 완결된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사적복수를 대신하는 택시회사라는 설정과 김도기 기사 등 일부 캐릭터를 차용하지만, 그 외에는 ‘전부 다르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차이가 크다. 원작 웹툰의 매력도 상당해 한번 보기 시작하면 시즌3 결말을 보지 않고는 잠들 수 없을 만큼 긴장감이 있기에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작에서 사실상 사적복수를 위한 조직이었던 무지개택시를 드라마에서 일반 택시회사와 다를 바 없는 구조로 설정했다. 복수는 비밀리에 구성된 ‘복수팀’이 전담한다. 이들 구성원을 범죄 피해자의 유가족으로 맞추기 위해 최주임(장혁진)과 박주임(배유람)을 추가했다. 원작에서는 베일에 싸여 있던 사장을 장성철(김의성)이라는 인물로 전면에 드러내 피해자 지원센터를 맡겼다. 여기에 강하나(이솜) 검사 등 새로 배치된 검찰 관련 인물들을 통해 향후 역할에 대한 궁금증을 키운다. 각자 목적과 행동의 이유가 뚜렷한 인물들이다 보니 판타지와 같은 이야기에도 개연성이 맞아 떨어진다.





▲ 절대 당하지 않는 김도기 기사님

김도기 기사는 육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으로 제작사 인물소개에 따르면 ‘타고난 직관력과 냉철한 판단력, 그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 다수의 상대와 맞붙어도 결코 밀리지 않는 피지컬, 궁지에 몰렸을 때 당황하긴 커녕 유머를 날리는 유연함, 눈앞의 적을 뼛속까지 허물어뜨릴 수 있는 적재적소의 한점을 찾아내는 통찰력까지’ 갖춘 인물이다. 이쯤 되면 재력 빼고 빈센조 까사노와 견줘도 되지 않을까.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tvN ‘빈센조’와 ‘모범택시’는 복수의 대상과 복수 과정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빈센조’는 온갖 갑질과 횡포를 일삼는 대기업과 로펌을 무너트리는데 20부를 온전히 쏟아넣고, 한번 맞고 한번 때리는 식의 전개를 이어왔다. 중간중간 코믹스런 요소를 넣어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는 했으나 ‘강력한 복수’ 자체로는 4화 바벨화학 공장 폭파 이상의 통쾌함 없이 마지막회에 다다랐다.

반면 ‘모범택시’의 흐름은 상당히 빠르다. 4화까지 ‘홀수편에는 사건설명, 짝수편에는 복수’의 흐름을 이어왔다. 피해자가 등장해 자신이 당한 일을 털어놓고, 악당의 몹쓸 짓이 나오면, 무지개택시 팀의 계략으로 그들을 함정에 빠트리고는, 김도기 기사가 끝장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무지개택시의 그 누구도 악당들에게 발목 잡히지 않았고, 복수는 완벽하고 통쾌하며 깔끔하게 정리됐다. 악당들은 사설 감옥으로 옮겨지거나, 모든걸 잃고 다시 태어났다.



▲ 클리셰로 가나, 시즌제로 가나

복수나 추리를 다룬 국내 드라마 대다수는 초반 다소 간단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주목을 끈 다음 최종 악당을 등장시켜 주인공과 마지막까지 대립시키는 전개를 선호했다. 관건은 초반의 속도감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있는가, 최종 악당의 계략은 얼마나 치밀한가 등이다. 최근 종영한 JTBC ‘괴물’이 좋은 예다. 전반부 연쇄살인마를 잡는 과정, 후반부 진짜 괴물들을 잡아가는 과정 모두 마지막 순간까지 무수한 해석을 등장시킬 만큼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6화까지 방영된 ‘모범택시’의 구조 역시 기존의 복수극과 구조상의 차이는 없다. 다만 아직까지 무지개택시 사람들이 마주해야 할 최종 상대가 누구인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예측을 만들어내고 있다. 악역에 일가견을 보이는 김의성 사장님이 역시나 반전의 키를 쥐고 있지는 않을지, 돈이면 뭐든 다 하는 대모(차지연)가 무슨 일을 벌이지는 않을지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기존의 틀을 깨고 복수가 끝남과 동시에 또 등장하는 새로운 악당에게 복수하고, 또 새로운 악당에게 복수하는 방식을 끝까지 이어지면 어떨까. 반전을 넣고 미스터리를 넣고, 복수의 대상이 내부로 바뀌는 어디서 본 것 같은 방식이 아닌, 계속 억울한 피해자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대신해 사회의 파렴치한들을 응징하는. ‘모범택시’만큼은 그런 시즌제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결국엔 김도기 기사도, 장성철 사장도, 강하나 검사도, 대모도 한 편이 되어 벌이는 복수활극. 그건 너무 앞서간 바람일까….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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