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이 정점일 줄 알았던 박인비(33)의 골프 인생은 여전히 내리막을 모른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 이후에만 4승을 보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우승을 21승으로 늘렸다. 올여름 도쿄 올림픽 출전권 확보 또한 유력해 올림픽 2연패의 위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돌아보면 올림픽 2연패의 꿈을 꾸게 한 대회는 2017년 HSBC 위민스 챔피언스였다. 박인비는 리우 올림픽 이후 6개월여 만에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누르고 우승하면서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확실히 알렸다.
올림픽 뒤 첫 우승의 추억이 깃든 바로 그곳에서 박인비가 펄펄 날았다. 박인비는 29일 싱가포르 센토사GC(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2018년부터 대회명 변경)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떨어뜨려 8언더파 64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지난달 올 시즌 첫 출전 대회인 KIA 클래식에서 우승한 그는 시즌 2승이자 통산 22승의 기회를 잡았다. 2015년을 포함해 이 대회 3승 사냥이기도 하다.
박인비는 스윙 코치이자 남편인 남기협 씨에게 캐디를 맡겼는데 출발이 썩 좋다. 선두에 1타 뒤진 16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핀 한 발 거리에 붙인 끝에 공동 선두로 올라선 박인비는 17번 홀(파3)도 버디를 적어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페어웨이 안착 100%의 티샷 안정감이 돋보였고 그린은 2개만 놓친 가운데 26개의 짠물 퍼트로 코스를 요리했다. 4개 파5 홀에서 모두 버디를 챙겼다. 경기 후 박인비는 “무더운 날씨가 힘들기는 해도 이 코스를 좋아한다”며 “남편이 고생 많았다. 전문 캐디가 아니어서 여러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았지만 더 좋은 면도 있었다”고 했다.
10번 홀(파4) 샷 이글을 앞세운 박희영이 7언더파로 1타 차 단독 2위에 올랐고 5언더파의 김효주와 유소연은 3위 그룹에 들었다. 2019년 이 대회 우승자 박성현은 6오버파를 적어 전체 69명 중 최하위로 처졌다. 더블보기를 범한 14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스프링클러를 맞고 튀어 페널티 구역에 빠지는 불운도 따랐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