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로 치면 안타도 많이 맞고, 포볼도 적지 않게 내보냈어요. 5회 말 2아웃까지 던지다 강판당한 기분이에요. 그래도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았으니 패전은 면했습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48)가 처음으로 나선 한국프로골프(KPGA) 정규 투어 대회에서 고전했지만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박찬호는 29일 전북 군산CC 레이크·리드 코스(파71)에서 열린 군산CC 오픈(총상금 5억 원) 1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8개, 더블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묶어 12오버파 83타를 치며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아마추어 초청 선수 신분으로 출전한 박찬호는 전반에는 보기 3개로 비교적 선전했지만 후반에 급격히 무너졌다. 티샷이 크게 흔들리고 그린에서 짧은 퍼트를 자주 놓쳤다. 14번 홀(파4)에서는 티샷을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으로 보낸 끝에 한꺼번에 3타를 잃었고 16번 홀(파4)에서는 티샷을 물에 빠뜨리면서 더블보기를 적었다. 그나마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7m 버디 퍼트를 성공한 덕에 웃으면서 첫날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박찬호는 “2부 투어 대회를 몇 차례 경험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늘 막상 첫 홀에 서니까 또 다른 긴장감이 들었다”며 “더구나 첫 홀 티샷이 해저드로 가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후반에는 바람도 많이 불어 더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부 투어와 코스도 확실히 달랐다. 페어웨이는 좁고 파3 홀은 어찌나 길고 어렵던지, 1부 투어 코스는 산 넘어 산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올해 KPGA 2부 투어(스릭슨 투어) 예선에 네 차례 출전했다. 박찬호는 “9번과 18번 홀에는 지켜보는 기자분들이 있어서 뭔가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내일 취재진이 매 홀 따라다니면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스코어는 좋지 않았지만 박찬호는 4번 홀(파4)에서는 319야드의 티샷을 날리며 장타력을 뽐냈다. 그는 평소 스코어 부담이 없는 친선 라운드에서는 35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 쇼를 펼치기도 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 임성재(23)를 지도하는 최현(45) 코치는 꼬임의 극대화와 지면 반력을 박찬호의 장타 비결로 꼽았다. “박찬호의 스윙을 보면 백스윙 톱에 올라갈 때 하체를 이미 타깃으로 옮기면서 상하체의 꼬임을 극대화한다. 다운스윙 동작에서는 팔이 허리 부분이 왔을 때 지면을 확 밟아주면서 반력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김세영(28)과 KPGA 투어 기대주 김민규(20) 등을 지도하는 이경훈(52) 코치는 “투수들은 볼을 던질 때 자기만의 릴리스 포인트가 있다. 박찬호도 골프채를 휘두를 때 멀리 때리는 방법을 감각적으로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백스윙이 간결하고 리듬도 좋다”고 했다. 다만 피니시 동작에서는 간혹 클럽을 놓치면서 몸이 뒤집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을 거둔 박찬호는 워낙 강한 힘으로 휘두르다 보니 웬만한 프로골퍼보다 무겁고 강한 샤프트를 사용하고 있다. 박찬호는 이번 대회에 무게 80g에 더블엑스(XX) 강도의 샤프트를 끼운 드라이버를 들고 나왔다.
한편 통산 3승의 김우현이 6언더파 65타를 쳐 현정협, 김동민과 나란히 공동 선두에 나섰다. 통산 8승의 강자 박상현이 마관우와 함께 2타 차 공동 4위(4언더파)에 올랐고 지난해 상금 1·2위인 김태훈과 김한별은 나란히 1언더파를 쳐 공동 29위로 첫날을 마쳤다.
/군산=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