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9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을 의결했다. 가사근로자법은 5월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가사근로자들은 68년만에 법적인 근로자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이날 환노위를 통과한 가사근로자법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증한 업체에서 가사근로자를 직고용하도록 규정했다. 가사서비스 이용시 근로기준법에 준해 이용계약을 맺도록 해 가사근로자들의 근로자 지위를 보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라 가사근로자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넘으면 가사근로자들도 최저임금을 비롯해 법정근로시간, 법정휴게시간,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4대보험의 적용대상이 된다.
‘가사 도우미’라고 불리는 가사근로자들은 그동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가사사용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아직까지 유효해서다. 이에 국내 가사서비스 시장은 대부분 ‘직업소개소’형태의 중개업체를 매개로 해 서비스 품질 보증이 미흡하고 근로자 보호도 취약했다. 이런 까닭에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내 가사근로자는 지난 2019년 고용노동부 추산에 따르면 15만6,000여명 이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가사근로자가 최대 69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환노위 위원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가사근로자법이 환노위 노동법안소위를 통과하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정돼 참 다행”이라며 “가사노동자법의 소위 통과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꿀것이다. 그것이 정치의 존재이유임을 잊지 않겠다”고 평가했다.
다만 가사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가사서비스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환노위에서 열린 가사노동법 입법공청회에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 법이 생기면 기존 직업소개소 시장과 병립될 것”이라며 “그러면 비용 측면에서 기존 시장을 이용할 유인이 더 많아 가사서비스 시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정우 경영자총연합회 본부장도 “(가사서비스 특성상) 가사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과 같이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나누기 어렵다”며 “실질적으로 측정하거나 보장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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