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으로 다가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1년 남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세 명의 당대표 후보자들 모두 청와대가 아닌 당이 정책 주도권을 쥐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이들은 각기 다른 부동산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을 '무계파'로 규정하는 송영길 후보는 무주택자 LTV·DTI 완화 등 파격적인 정책 전환을 시사한 반면, 친문 그룹의 중심인 홍영표 후보는 종부세 완화에 선을 긋고 부동산 정책을 부분 수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진보그룹의 수장인 우원식 후보는 임대사업자혜택 폐지론까지 꺼내며 강경론을 택했다.
지난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당대표 후보 TV토론의 화두는 단연 송 후보의 '무주택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90% 완화' 정책이었다. 송 후보는 출마 일성으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는 LTV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90%까지 확 풀자"고 제안했다.
이는 출범 이후 쭉 대출규제를 강화해온 문 정부 기조와는 배치되는 방향이다. 문 정부는 2017년 6·19 대책으로 청약조정 대상지역 LTV를 70→60%로, DTI를 60→50%로 조정했다. 2020년 2·20대책으로는 조정대상지역 내 9억원 이하 주택의 LTV를 50%로 낮췄다. 9억원 초과분은 LTV 30%를 적용하기로 했다. 비록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한 대출규제 완화지만 기존 대출규제 노선을 전면 전환하는 셈이다.
다른 후보들은 즉각 반발했다. 우 후보는 "박근혜 정부 때도 LTV를 80%까지 올리며 '빚 내서 집 사라'고 했고, 이것이 급등 신호였는데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홍 후보는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자 송 후보는 "집값이 오르니 청년들이 전세방을 전전하라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역공에 나섰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LTV 80%는 모든 주택 소유자에게 적용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기존의 틀을 지켜야한다는 입장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각론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송 후보는 "(종부세) 과세 기준은 유지하되 연령·보유 기간에 따른 공제를 높여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현행 종부세법은 △60~65세는 20% △65~60세 30% △70세 이상은 40%의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또 △5년 이상 보유자 20% △10년 이상 40% △15년 이상 최대 50%의 추가공제를 제공한다. 즉, 송 후보는 현재 '9억 이상'인 종부세 과세 기준은 유지하되 노령자와 장기보유자에 대한 '핀셋 세부담 완화'를 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홍 후보는 "종부세는 원래 취지에 따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우 후보는 "종부세는 손 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재산세에 대해 송·홍 후보 모두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후보는 “공시지가가 많이 올라 중산층 세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6억~9억원 사이 구간조정이 필요하다”고 했고, 송 후보도 공감했다, 다만 우 후보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시지가 현실화'는 세 후보 의견이 모두 갈렸다. 송 후보는 "융통성 없이 (공시지가를) 인상하면 과세 부담이 커진다"며 "현실화 속도를 늦추거나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공시지가 현실화는 지금 방향이 맞되 작년과 같은 특수한 상황 속에서 조정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했다. 우 후보는 "주택 가격을 잡는게 공시지가에 제일 중요하다"며 공시지가 현실화 속도를 조절하는 것보다 집값 상승 폭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각 속도 조절·조건부 조정·중단 없는 현실화를 내세우며 색깔을 드러낸 셈이다.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 의사를 명확히 밝힌 이는 우 후보가 유일하다. 그는 26일 MBC 후보자 토론회에서 "임대 사업자의 특혜를 없애는 법안이 통과해 공급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한 부동산 특별위원회는 현재 논의를 전당대회 이후로 미뤄놓은 상태다. 유동수 민주당 부동산 특위 간사는 지난 27일 부동산 특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다 열어놓고 보고있다"고 밝혔다. 그는 "빨리 당의 입장을 정리해야한다"며 "당 입장도 정하고, 당 입장이 정해지면 정부 얘기도 듣고. 의견 모아질 것이고 그 뒤에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오는 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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