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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코인개미 차가운 현실 보상해주고 싶었죠"

◆첫 장편소설 2030에 인기몰이

뛰어난 리얼리티·흡인력 돋보인

흙수저 여성 3인의 코인 투자기

해피엔딩이지만 불확실함 남겨

"1,000매 이상 분량 마감에 만족"





장류진 소설가, /사진제공=강민구 사진작가


“‘달까지 가자’가 해피엔딩이라고 하는데, 이야기를 처음 구상할 때부터 ‘설탕에 담근 듯 달달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하지만 단 걸 먹고 나면 입 안에 찝찝함이 남는 것처럼 앞으로의 불확실함이 있으니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의 기쁨과 슬픔’ 등 현실을 재구성한 소설로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는 평가를 받은 장류진 작가는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에서 암호화폐 투자로 눈길을 돌렸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흙수저 청춘들이 마지막 탈출구 삼아 암호화폐에 매달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경은 투자 붐이 시작된 2017년이지만 최근 암호화폐 투자 열풍 속에 소설은 출간 후 하루만에 4쇄를 찍을 정도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쏟아지는 리뷰에 놀라고 있다는 장 작가를 지난달 30일 만났다. 인터뷰에 스포일러가 있음을 미리 밝혀 둔다.

소설은 다해, 은상, 지송 등 ‘흙수저’ 여성 세 명이 ‘이더리움’에 투자하며 시작해 각각 거액의 수익을 얻으며 끝난다. 현실에서는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손실 본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장 작가는 “열심히 살아온 주인공에게 3억원씩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돈에 환장하고 욕심 부렸다 해서 벌주면서 끝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태어날 때부터 많은 돈이 주어지는 이들도 있잖아요.” 셋 중에는 투자를 극렬히 비판하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흙수저도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틀렸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으며 가장 적극적인 투자자로 변하는 인물도 있다. 차가운 현실이 씁쓸함을 안긴다.



이번 작품 역시 리얼리티가 돋보인다. 소설 속 이더리움 시세는 실제 시세와 정확히 일치한다. 장 작가는 소설의 배경이 된 8개월 간의 차트를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이를 토대로 세 인물의 매수·매도액을 엑셀 파일에 정리하며 이더리움 가격에 따라 수익과 손실액수를 맞췄다.

장 작가는 한 번도 써 본 적 없던 장편소설이 막막한 도전이었다고 말하지만, ‘달까지 가자’도 전작들처럼 빠른 호흡과 높은 흡인력을 잃지 않는다. 그는 “처음엔 200자 원고지 100매만큼 써 보자, 힘들면 30매씩 세 번에 나눠 쓰자는 생각이었다”며 “100매를 쓰고 나니 ‘장편소설을 쓸 수 있겠다’ 싶었고, 1,000매 이상의 분량이 나왔다”고 돌아봤다. 첫 장편소설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겠다고 팔짱 끼고 기다리는 듯한 시선도 있던 터, 성공적으로 작품을 내놓은 데 대한 뿌듯함이 클 법도 하지만 장 작가는 “정해진 마감 기한을 지켜서 완성했다는데 만족한다”고 말할 뿐이다. 애초에 모토가 ‘마감 잘 지키는 작가가 되자’ 란다. “완벽한 작품을 만들자고 이상향을 삼으면 너무 어렵잖아요. 마감 약속을 지키는 건 열심히만 하면 충분히 지킬 수 있어서 모토를 정하게 됐어요.”

그래서 거창한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장 작가는 “평소에 큰 그림을 그리고 뭔가를 하지 않는다”며 “그날그날마다 돌아오는 마감을 할 뿐”이라 말한다. ‘달까지 가자’에서 주인공 다해는 이더리움 투자로 많은 돈을 벌고도 회사에 남아 일상을 유지한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현재의 일에 충실하고자 하는 장 작가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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