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후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A(22)씨의 머리에 난 상처와 관련, 경찰은 물길에 부딪혀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가운데 A씨의 아버지가 아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의 아버지는 2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들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오늘은 장례 이틀째이다. 드디어 입관을 했다"면서 "한강 물 속에서 혼자 외로웠을 아들을 생각하면 괴롭지만 예쁘게 예쁘게 해줬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A씨 아버지는 "이제 제 아들과의 대화를 남기고자 한다"면서 "제가 받고 싶은 이모티콘을 선물한 뒤 그걸 써주면 너무 고마웠다"고 적은 뒤 아들과의 카톡 대화 내용 일부를 함께 올렸다.
공개된 카톡 대화를 보면 A씨는 아버지를 부르면서 '아빠! 아빠! 아빠!'라는 말이 담긴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에 대해 아버지는 "아들아 사랑한다. 그리고 고맙다 잘 커 줘서"라고 썼다. 그러자 A씨는 '아빠! 사랑해!!'라는 말이 쓰인 이모티콘으로 답했다.
아울러 A씨 아버지는 의대생인 아들에게 "아들, 본과 들어가니깐 열심히 지내서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넌 자랑스러운 아들이야"라고 하자 아들은 '아빠! 사랑해!!'라고 했다.
여기에 덧붙여 A씨 아버지는 "전 이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웠다. 이제 같이 여행은 못 가지만 아내와 다짐했다"면서 "이 집에서 영원히 살면서 아들 방을 똑같이 유지하기로. 이제 아들 게시판은 이런 용도로 사용하고자 한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나 환영한다"고도 했다.
이같은 A씨 아버지의 글에는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진실이 밝혀지길 기도하겠다",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 "힘내시고 잘 보내주시길" 등의 네티즌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A씨는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5일 만인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 왼쪽 귀 뒷부분에는 손가락 두마디 크기의 자상이 두개 발견됐는데 이와 관련, 국과수는 지난 1일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육안으로는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소견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상처에 대해 "몸에 난 상처들은 물길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정확한 사망 경위는 국과수의 공식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2주 이상 걸릴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실종 당일 A씨를 한강공원에서 목격한 증인 3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아버지는 "목격자 3명의 공통된 진술은 당일 오전 3시 40분 이후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