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는 5~6일 세계무역기구(WTO)와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안정 추세로 접어든 반면 인도를 비롯해 이웃한 남미 국가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지재권 면제 요구를 계속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일(현지 시간)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의 지재권 면제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WTO에 가서 백신을 보급하고, 백신 생산을 허가해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자문 상대로 알려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미국과 WTO가 제약 회사에 지재권 면제를 설득해 가난한 나라가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4만 8,860명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첫 4만 명대를 기록했고 1억 명이 넘는 전체 인구의 31.6%가 백신 접종을 끝마쳤다.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냈던 스콧 고틀립 화이자 이사는 “기념비적인 성과”라면서 “이제 12~15세로 화이자 접종 대상을 확대해 올여름까지 1,000만 명을 추가로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맹국인 인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4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다른 나라 상황이 심각한 것도 미국의 전향적 입장을 유인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문제는 제약사들이 지재권 면제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는 점이다. 지재권을 면제하더라도 개도국에서 백신을 생산하려면 시설을 구축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등 준비 시간만 최소 1년이 걸리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백신 지원이 더 빠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화이자와 모더나 측은 지재권을 면제하면 자사 백신에 적용된 신기술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이 중국과 러시아에도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백악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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