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자산이 아니라면서 내년 과세 방침을 분명히 한 것과 관련,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국가가 국민들에게 삥이나 뜯는 조폭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 투자자는 정부가 보호할 수 없다고 강경한 반응을 내놓았지만 이런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며 "이론적으로 그게 법정화폐냐 아니냐 같은 형식논리에 빠져봐야 무슨 소용인가?"라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이 거세다"라며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했고 국내 투자자 수도 급증해서 이제는 정부도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부정하고 무시하기는 어려워졌다"고 상황을 짚었다.
이 전 의원은 또한 "현실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가상화폐에 실제로 투자를 하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장 대한민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물은 뒤 "그런데 경제당국에서 형식논리를 아무리 내세운들 국민경제가 입을 현실적 타격을 피해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는 차라리 현실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전 의원은 이어 "최근 테슬라의 CEO 머스크가 비트코인으로 테슬라의 차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해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게 한 직후 보유하던 비트코인을 대량 팔아치워 코인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있었다"면서 "이는 주식으로 치자면 '먹튀' 곧 주가 조작에 해당될만한 일이지만 그러한 행위가 처벌되지도 않는다. 중앙통제가 불가능한 가상화폐의 특성상 교환가치가 담보되기도, 특정 정부만 투자자 보호에 나서기도 어렵다"고도 적었다.
여기에 덧붙여 이 전 의원은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투자를 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그런 상황을 계속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라면서 "게다가 투자자 보호는 안한다면서 과세는 왜하는가. 법정화폐가 아니고 법적 근거가 없어서, 블록체인과 연계된 가상화폐의 특성상 중앙정부의 투자자보호가 안된다면 과세근거도 빈약한 게 아닌가"라고 거듭 정부을 향한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더불어 이 전 의원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지만 정부가 과세를 하려면 그 '소득'의 창출과 이전에 정부가 울타리 역할을 하고 과세를 하라"면서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때문에 그 대가로서 주어지는 것이다. 국가가 그 역할에 적어도 최선을 다하면서 과세 운운해야 마땅하다"고 쏘아붙였다.
이 전 의원은 이어서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큰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천부인권은 들어봤어도 천부 국가권력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설마 그런 착각을 하고 있는가"라고 말한 뒤 "민주화를 내세워 집권을 했으면 최소한 국가와 국민의 관계, 국가가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국민을 위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전제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이 전 의원은 "근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조차 체화되어있지 않은 걸 보니 과거 그들의 민주화 투쟁은 단지 권력을 잡기 위한 빌미에 불과했던 건가"라면서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전세계가 공조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래서 국가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권력만을 탐하거나 권력을 행사할 생각만 말고 권력의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면서 "가상화폐의 현실적 실체를 받아들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가 쉽지 않다며 고민조차 없이 과세할 생각부터 한다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 글로벌경제 언택시대에 우리만 거래를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 책임 있는 고민부터 하란 것"이라고 썼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가 이뤄진다"며 "가상소득 거래 소득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홍 부총리는 "정부는 암호화폐나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란 용어를 쓴다"면서 "저는 화폐(커런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가상자산은 무형이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으니까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그런 자산으로 보시면 된다"며 "주요 20개국(G20)에서도 처음엔 암호화폐(크립토커런시)란 용어를 쓰다가 이제 가상자산(버추얼 에셋)으로 용어로 통일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덧붙여 홍 부총리는 "가상자산을 자본시장육성법상 정한 금융투자자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의견"이라면서 "(이러한 의견은) 자본시장육성법상의 규제라든가 규제는 물론 (투자자) 보호도 대상이 아니라는 표현으로 제가 이해한다"고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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