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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용] 만보 걸어 1,560원…짠내 나는 '공병 재테크'


※ 친환경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3주 연장이 결정된 지난달 30일 저녁 8시 30분. 오늘도 어김없이 손에는 술잔이 들려있네요. 지난해 2월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10평 남짓한 공간을 창살 없는 감옥으로 만들었는데요. 사람 냄새 안 나는 메마른 시대에 혼술은 그야말로 독거직장인에게 오아시스에요.

혼술과 함께 삶의 원동력이 돼 준 고마운 친구는 ‘재테크’에요. 동학개미 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작년은 자본주의 사회에 속해 있는 구성원임을 깨닫게 된 배움의 시기였어요.

문득 혼술 1년 차에 내가 남긴 술병도 재테크의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칩니다. 애초에 공병재테크로 큰돈을 벌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초급편 ‘편의점에 가보았다’




먼저 한 주 동안 마신 참이슬 소주병 3병과 맥주병 3병을 살펴봅니다.

다행히 소주병 3개와 맥주병 2개 라벨에는 빈용기 보증금 표시로 ‘100원’ ‘130원’이라는 글자가 선명했어요. 아쉽게도 수입 맥주병에는 빈용기 보증금 표시가 없네요. 참고로 1985년 도입된 빈용기 보증금은 2017년 1월 개정돼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크게 올랐어요. 계산이 맞는다면 560원을 받고 일명 ‘동전주’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들뜬 마음으로 거주지 아래 편의점으로 향했어요. 니름 생애 최초 공병팔이라 마음이 제법 긴장되네요. 조심스럽게 공병을 편의점 직원에게 꺼내 보입니다. 중년으로 보이는 여성 직원은 기대와 달리 굉장히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이네요.

그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다 받을 수는 있는데 병 놓을 데가 없어서….”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빈병 회수를 거부하면 신고할 수 있지만 같은 생계형 노동자로서 차마 그렇게 매정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어요.(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소매점의 빈용기보증금 반환 거부 신고 및 신고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처리하는 신고보상제 사이트를 운영 중입니다. 지급액은 최고 5만원, 최저 1만원이니 참고하세요) 직원의 슬픈 눈을 보니 돈에 눈이 멀어 보이지 않던 그의 근로환경이 눈에 들어오네요. 1평 남짓한 공간에 몸 하나 들어갈 정도로 작아 보입니다. 공병으로 좁아질 직원의 노동환경을 생각하니 꺼내 놓은 공병을 다시 주섬주섬 가방에 담게 되네요.

그래서 다른 판매경로를 찾아봤어요.

중급과정-‘e마트에 가면….’




공병 재테크를 검색해보자 여러 가지 방법들이 검색되는 것 아니겠어요. 이마트 고객센터에서도 공병을 회수한다는 정보가 눈에 띄네요.

요새 대기업 사이에서도 친환경이 대세라고 하니 공병을 대량으로 처리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당장 인근 이마트로 달려가 봅니다. 지하 1층에 있는 고객센터로 가니 ‘가져와요 플라스틱 지켜가요 우리 바다’라는 문구가 반겨주네요. 번호표를 뽑아들고 순서를 기다려 봅니다. 조심스럽게 직원에게 “공병…” 이라고 말을 꺼내자 편의점 때와 달리 사무적이지만 밝은 응답이 돌아옵니다. 고객센터 한쪽 구석에는 쇼핑용 카트가 배치돼 있었는데요. 그곳이 공병들과 이별할 자리인가 보네요.



마침내 공병 재테크로 내가 번 첫 수익, 560원. 이 돈이면 일명 ‘동전주’ 1주를 살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돈입니다. 공병 가격이 올라가면서 고객센터를 찾는 손님도 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요새 병값이 올라가서 많이들 팔러 오신다”며 “하루에 취급하는 공병이 300~600개 정도 된다”고 ‘짠테크’ 열기를 전해줬습니다. 다만 1일 1인당 팔 수 있는 공병의 숫자는 30개로 제한되니 이점은 주의해주세요.



심화과정-"돈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낯가림이 심한 이들을 위한 최후의 방법도 소개해볼게요. 빈용기 무인회수기를 통한 방법인데요. 전국에는 총 55개소, 104대의 무인회수기가 있어요. (수도권 34개소-64대, 충청권 4개소, 8대-호남권 5개소-10대, 영남권 10개소-20대, 기타(홍보용 등) 2개소-2대, 자세한 위치는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 홈페이지의 회수지원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침 집에서 가장 가까운 문래동 홈플러스 대형마트에 무인회수기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홈플러스 지하 1층에 자리한 고객센터에서 빈용기 무인기를 드디어 영접했습니다. 마트를 사랑해 매일 다녔는데 오늘에서야 이 기계의 존재를 처음 알았어요. “다~쓰고, 다시 쓰고...당신의 참여로 세상이 변화됩니다.”



뭔가 돈 벌러 간 것뿐인데 지구용사가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하지만 기계치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떠올리니 이내 차분해집니다. 다행히 기계 왼쪽에 아주 친절한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설명대로 공병을 기계에 넣자 ‘위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덜커덩’ 순식간에 공병이 빨려들어 갑니다. 그리고 기계는 이내 ‘100원’이라는 문구가 선명한 영수증을 발급해줍니다. 기세를 타고 나머지 소주병 9개를 떠나 보내고 1,000원을 얻었네요. 무인회수기 사용,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아이들과 함께 오면 친환경에 대한 교육도 되고 훌륭한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순간 뇌리를 스치네요. 안타깝지만 이마트 고객센터처럼 무인기도 1인당 1일 30병 제한이 있어요.

에필로그


공병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대량 매집에 나서 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살고있는 오피스텔 지하의 분리수거장. 역시 많은 사람이 함께 거주하는 시설인 만큼 빈병이 수북이 쌓여있네요. 하지만 나를 보고 있는 CCTV가 상당히 눈에 거슬리네요. 경비실에 전화를 해보니 “공병을 가져가면 절도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어요”라며 강력한 경고장을 보내옵니다.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은 재활용품 업체와 수거계약을 체결한 상태여서 공병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종종 일어난다고 하네요. 물론 공병을 가져가는 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하는지는 법리적으로 따져볼 지점이 있지만, 공병 주우려다 화병 걸릴 것 같은 불안감이 크네요.



이제 남은 것은 길바닥이겠죠? 공병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길거리에서는 공병을 보는 게 하늘의 별 따기네요. ‘여기까지가 끝인가’라는 생각에 좌절하고 있을 때 고가의 술병 수집을 취미로 하는 수요가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됩니다. 당근마켓을 살펴보니 진짜 고가의 발렌타인 30년산 공병이 1만원대 가격에 팔리고 있네요. 친구 집에서 수개월째 잠들어 있는 발렌타인 17년산이 생각났어요. 당근마켓에 올린 지 5일째 아무도 관심을 표하는 이가 없네요. 개미의 재테크 비법은 결국 ‘존버’니 좀 더 인내하도록 합니다.

일주일 동안 번 돈은 결국 1,560원. 솔직히 공병 재테크로 용돈 벌이는 쉽지 않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다만 공병의 가치를 깨닫게 된 것은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무겁고 취급하기 어려워 꺼려지는 유리병은 포장재 중에서는 유일하게 BTB(Bottle To Bottle, 재사용)가 가능한 재질인데요. 유리는 석회석과 규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술병을 만들기 위해 석산개발이나 바닷모래 채굴 등 환경이 훼손돼요. 유리병을 재사용하면 추가적인 채굴이 줄어 야생 동식물 서식처가 보존되겠죠?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빈병재사용과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환경부에 따르면 이웃 나라인 일본의 빈병재사용 횟수는 28회, 재사용률도 94%나 되요. 독일의 재사용 횟수는 무려 40~50회에 달하고 재사용률도 95%로 매우 높아요. 반면 우리나라의 빈병 재사용 횟수는 8회, 재사용률은 85%로 나쁘지 않지만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수치에요. 빈용기보증금제도에 대한 홍보도 아쉬운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소주, 맥주 가격에 빈용기 보증금이 포함돼 있는지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아요. 반면 독일은 영수증에 공병 보증금 가격이 포함돼 있음을 알려줘 소비자가 공병의 가치를 잘 인식할 수 있게 알려준다고 해요. 돈도 벌고 환경도 지키는 공병 재테크, 지금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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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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