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금리 인상’ 발언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신흥국에도 쏠렸다. 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에 신흥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선진국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카드를 검토하고 있어 신흥국의 선제적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세계경제의 ‘K자형 회복’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 회복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대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성장률이 7%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력한 재정 지원과 빠른 백신 접종으로 경제 정상화에 속도가 붙으면서다.
개도국의 상황은 다르다. 일례로 5일(현지 시간)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 인도네시아의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74%로 집계돼 4분기 연속 하락했다. 전망도 좋지 않다. 닛케이아시아리뷰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슬람 축제 이드알피트르 연휴가 8일에서 5일로 축소됐고 지역 간 이동도 제한돼 인도네시아 경제가 축제 기간 ‘소비 특수’를 누리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4.3~5.3%에서 4.15~5.1%로 하향 조정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 인상 신호를 주기 시작하면 개도국은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대부분의 개도국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날 태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고 폴란드와 체코도 기준금리를 각각 0.10%와 0.2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17%에서 19%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터키 역시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긴축의 그림자가 점점 드리우고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금리 인상의 신호탄으로 불리는 테이퍼링은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달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25% 축소하며 주요7개국(G7) 중 처음으로 테이퍼링을 시작했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이달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국채 매입 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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