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꼽히는 박대성(76) 화백의 특별기획전이 열리는 전시관에 어린이 관람객 2명이 작품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박 화백이 "그게 아이들"이라며 선처한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6일 경북 경주솔거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3월 17일 박 화백의 특별기획전 '서화(書畵), 조응(調應)하다'가 열리고 있는 전시관에 남자 아이 2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전시관 한가운데 전시된 서예작품에 올라가 무릎으로 작품을 문지르고 드러누워 작품을 훼손했다.
아이들을 따라 전시관에 들어온 아버지는 아이들의 행동을 말리지 않고 오히려 사진을 찍어 줬다.
솔거미술관에서 작품 훼손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5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훼손된 작품은 통일신라시대 최고 명필인 김생의 글씨를 모필한 것이다. 작품의 크기는 가로 39㎝, 세로 19.8m로 가격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자에 넣기 어려운 크기의 작품을 전시하는 과정에서 미술관 측은 관람객과 작품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안전선을 쳐놓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작품 옆에 관람에 주의를 가져 달라는 안내문은 여러군데 설치된 상태였다.
작품 훼손 사실을 확인한 미술관 측이 아이들 가족을 찾아 항의했고, 아버지는 "작품을 만지면 안 되는지 몰랐다. 죄송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술관 측이 박 화백에게 작품 훼손 사실을 알리면서 어떻게 처리할지 물었고, 박 화백은 "애들이 뭘 아느냐"며 문제삼지 말라고 했다고 미술관 측은 전했다.
박 화백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그게 애들이지 뭐, 답이 있느냐"면서 "우리 애들도 그렇다. 어른이 조심해야지. 그래서 (미술관 측에) 더 이상 얘기할 것 없다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화백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 않은가, 나도 자녀와 손주들이 있기에 용서하고 싶다"면서 "작품 훼손 부분이 크지 않고, 이 또한 작품이 세월을 타고 흘러가는 역사의 한부분일 것"이라고도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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