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일 반기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일부 자산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며 “자산 가격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이 직접 주식과 회사채·암호화폐 등의 비정상적 가격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며 자산 버블 붕괴의 경보음을 울린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금리 인상을 시사한 데 이어 연준까지 거품을 우려한 것은 긴축의 고통이 그만큼 클 것임을 예고한다. 경제 분석 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7일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올해 말 2%로 오르고 내년 말에는 2.45%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한국에서도 이르면 연내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초저금리의 호시절이 끝나가는데도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유동성을 거둬들일 준비는 하지 않고 현금을 뿌리는 포퓰리즘 정책을 구사할 궁리만 하고 있다. 당국의 대응이 느슨한 사이 거품은 외려 커지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에 강남 아파트 값이 들썩이고 토지거래허가지역 이외 지역의 집값도 풍선 효과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이 춤을 추고 사고가 속출하는데도 당국은 가이드라인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생이 힘든 ‘좀비 기업’은 나날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투기 등급을 받은 기업은 195개사로 전체 등급 부여 기업의 15.7%에 달해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옥석 가리기 대신 중소기업 등의 대출 원리금에 대한 상환 유예를 거듭하자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상당 부분 재정으로 일군 성장률을 자화자찬할 게 아니라 긴축 과정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경제 전반의 부채 통제 장치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금융회사들도 자체적인 구조조정 장치를 통해 부실 기업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 등의 구조 개혁과 신산업 육성으로 경제 체질을 일신하는 것이 긴축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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