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국민 공감대를 고려하겠다”면서도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질문에 “형평성, 과거의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다만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사면 검토 가능성조차 부정했던 청와대의 공식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또 장관급 후보자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안 주기 식 청문회 제도로는 좋은 인재들을 발탁할 수 없다”고 말해 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법무부 차관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며 “이제 검찰은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48번이나 언급하며 “소득 주도 성장이 코로나를 이겨내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자평한 뒤 “적극적 확장 재정으로 올해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경제 회복과 코로나 탈출의 희망이 아직 희미한데도 대통령은 혼자 다른 세상에 살고 계신 것 같다”며 “지난 4년의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없고 독선과 아집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혹평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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