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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고 구르는 사이 19승…그렇게 황제가 되는 걸까

인기 아역 배우처럼 어릴 때부터 주목, 조금만 부진하면 쏟아지는 걱정·지적

너무 솔직한 발언에 때론 여론 뭇매도, 그때마다 선선한 인정으로 대처

주근깨 소년서 어느새 가장, 현명한 플레이로 PGA 투어 19승째

"이룬 것보다 이루고 싶은 게 아직 더 많아"

퀘일 할로 클럽의 코스를 바라보는 로리 매킬로이. /샬럿=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미국)처럼 극적이지는 않지만 로리 매킬로이(32)의 골프 인생도 꽤 다이내믹하다.

아홉 살에 TV 쇼에 출연해 평소 연습법이라며 세탁기 문 안으로 칩 샷을 넣던 수줍은 소년은 30대 초반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평생 회원(life membership) 자격 중 하나인 20승에 1승만 남겼다. 10일(한국 시간) 미국 샬럿의 퀘일 할로 클럽에서 끝난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하면서 1년 6개월의 우승 가뭄을 끊었다.

1년 6개월 동안 뒷심 부족, 퍼트 불안, 약한 멘탈 등 다양한 진단이 대선배 등 전문가들로부터 잇따랐다. 최근 세 차례 컷 탈락 중 두 번이 최고 메이저 대회라는 마스터스와 ‘제5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나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고꾸라져 잊히지 않고 매번 일어선다는 것이다. 매킬로이는 앞서 2012년 BMW 챔피언십 우승 뒤 1년 10개월여 침묵 끝에 2014년 메이저 디 오픈을 제패했고, 2016년 투어 챔피언십 우승 후 또 한 번의 오랜 기다림 끝에 2018년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승수를 보탰다. 디 오픈 우승 때는 25세 이하의 나이에 4대 메이저 중 3개를 제패하는 역대 3호 기록(잭 니클라우스, 우즈)도 세웠다.

매킬로이는 인기 아역 배우처럼 아주 어릴 때부터 주목 받았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의 애정 어린 비판에서 늘 자유롭지 못했다. 유러피언 투어 대회 첫 우승이 스무 살 때였고 스물 한 살에 PGA 투어 첫 우승을 해냈지만 조금 부진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여기저기서 걱정과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테니스 선수인 여자친구의 경기를 보러 다니면 골프에 집중 못한다는 비난이 따랐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빠져있을 때는 골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2018년 라이더컵 뒤 기념 촬영하는 에리카 스톨(왼쪽)과 로리 매킬로이. 2012년 라이더컵에서 PGA 오브 아메리카 직원과 선수로 처음 만나 2017년 결혼했다. /AP연합뉴스




스스로 논란을 일으킨 일도 꽤 잦았다. 2011년 디 오픈 때 부진을 날씨 탓으로 돌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가 하면 어떤 대회에서는 사랑니 통증을 핑계 삼아 기권한 뒤 구설에 올랐다. 그때마다 매킬로이는 선선하게 잘못을 인정하고는 했다. "실수를 통해 깨닫고 똑같은 실패를 피하려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그렇게 깨지고 구르면서 매킬로이는 12년 간 19승을 쌓고 있다.

“유러피언 투어 코스는 너무 쉽다” “장비 규제는 돈과 시간 낭비다” 등 골프계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 표현으로도 유명한 매킬로이는 지난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한 뒤로는 “브라이슨 디섐보가 US 오픈에서 보여준 것들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미친 장타’로 신드롬을 일으킨 디섐보를 의식해 샷 거리를 늘리는 데 집착했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윙이 망가졌다며 예전 스윙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이번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드라이버 샷으로 무려 372야드를 보내기도 했다.

2013년 한국 오픈에 참가하며 서울 중구 환구단 앞에서 '철릭' 복장으로 기념 촬영 하는 로리 매킬로이(가운데). /연합뉴스


주근깨가 가려지지 않은 아이 같은 얼굴과 눈에 띄는 곱슬머리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매킬로이는 지금은 딸 아이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맞은 위기를 차분하게 넘긴 그는 “아빠가 됐다는 것이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3번 우드 티샷이 왼쪽으로 급격히 휘어지자 당황한 매킬로이는 팔뚝으로 입을 가렸다. 다행히 볼이 물에 빠지지 않고 개울가에 걸쳤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그 상태로 치려고 덤벼들었다. 이때 냉정한 판단을 도운 것은 2016년부터 함께한 캐디인 해리 다이아몬드였다. 무리하게 도전하기보다는 2타 차 리드를 생각해 ‘벌타 뒤 드롭’으로 안전하게 가자고 권했고, 매킬로이는 캐디이기 이전에 어릴 적부터 친구인 해리의 말을 들었다. 경기 뒤 매킬로이는 “코스에서 해리는 환상적이었다. 그와 함께한 6승 중에 최고의 우승이 아닐까 한다”며 친구에게 공을 돌렸다.

다음 주 열릴 메이저 PGA 챔피언십은 키아와 아일랜드 코스에서 열린다. 2012년 이 대회에서 8타 차 압승을 거뒀던 곳이다. 새 스윙 코치, 멘털 코치와의 작업이 이제 막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매킬로이는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게 아직은 더 많다”고 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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