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제주도·거제도·진도 다음으로 국내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서울 면적의 3분의 1, 차로 돌아도 반나절이나 걸리는 거리라 여행객들에게는 항상 시간에 쫓기는 섬으로 기억된다. 그래도 단시간에 강화도를 가장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강화 삼랑성(국가사적 제130호)’이다. 수천 년 역사의 성곽길을 따라 섬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을 품고 있어 강화도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삼랑성은 강화도 남동쪽 정족산(해발 222m)과 주변의 산봉우리를 이어 축조한 산성이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해서 삼랑성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산 이름을 따 ‘정족산성’이라고도 불린다. 축성 연대는 불명확하다. 최근 삼랑성이 4,000년 전 축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니 그 역사가 무려 고조선까지 올라가는 셈이다. 삼랑성은 병인양요(1866) 당시 양헌수 장군이 프랑스군과 전투를 벌여 물리친 곳으로 서구의 침략을 막아낸 최초의 장소이기도 하다.
삼랑성은 전등사의 명성에 가려져 여행객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전등사는 고구려 381(소수림왕 11)년에 창건된,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의 사찰이다. 성 한가운데 사찰이 자리하고 있어 마치 사찰을 보호하기 위해 성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삼랑성은 사찰의 부속 시설쯤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삼랑성을 가봤다는 이들 대부분은 전등사에 갔다가 우연히 삼랑성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라고 한다.
삼랑성 성곽길은 총 길이 2.68㎞로 1시간 30분 거리의 호젓한 산길이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문이 나 있지만 남문이나 동문에서 출발하면 전등사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남문은 전등사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전등사는 삼랑성 안에 있어 일주문이 따로 없으니 성문이 일주문이나 마찬가지다. 전등사 경내를 가로질러 정족산 사고(史庫)까지 가면 북문과 연결된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정상에 도착하면 돌로 쌓은 북문이 나온다. 성곽 위로 올라서면 북쪽으로는 강화 읍내가, 남쪽으로는 영종도와 신시모도(신도·시도·모도), 장봉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정도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다시 성곽을 따라가다 보면 가파른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이 서문이다. 여기서 곧장 내려가면 처음 올라왔던 동문 쪽으로 하산할 수 있고 오던 길로 계속 가면 남문이다. 남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전등사 경내를 수직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지가 나온다. 산기슭에 흩어져 있던 전등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전등사를 둘러보려면 다시 서문 방향으로 내려가거나 남문으로 내려가는 길 중간에 요사채 쪽으로 연결되는 오솔길로 내려와도 된다. 하산 길에 삼랑성의 일부인 전등사 전통 찻집 죽림다원이나 무설전 서운갤러리에 들러 가는 것도 성곽길 걷기를 즐기는 방법이다.
/글·사진(강화)=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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