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승연이 '혼자 사는 사람들'로 잠재력을 터뜨렸다. 2012년 데뷔 후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온 공승연은 첫 장편 영화 주연에 도전,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을 압도했다.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혼자 사는 회사원이라는 인물 설정에도 눈빛과 표정까지 놓치지 않으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 언론 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홍성은 감독과 배우 공승연, 정다은, 서현우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홀로족 진아(공승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는 자꾸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일어난다.
그간 트렌디한 드라마나 예능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공승연은 첫 장편 주연작에서 평범한 직장인 진아 역을 맡았다. 진아는 2030 현대인들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주변인들에게는 관심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상만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공승연은 공허하면서도 어딘가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진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는 "진아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게 공감이 되면서도 공감이 안 되기도 했었다. 보는 분들도 그런 복잡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며 연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진아가 표정도 없고 말도 없는데 (내면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그런 섬세한 감정 연기를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그걸 연기하는 내 모습이 궁금했다"며 "감독님이 계속 응원도 해주고 도와주셔서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승연은 콜센터 상담원인 진아를 연기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거치기도 했다. 그는 "조사를 해봤더니 이직율이 많은 직업이라 주변에 경험한 사람들이 많았다. 둘째 동생도 경험이 있어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실제로 경험을 해보고 싶었지만 개인정보 때문에 안되더라. 대신 유튜브에서 많이 도움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이라고 불리는 고객들도 많이 보면서 익숙해졌다. 진아는 표정 없이 하이톤의 목소리를 내야 했는데, 하이톤의 목소리를 내다보니 자연스럽게 광대가 올라가서 표정을 빼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걸 피하기 위해 매일 혼자 쌀국수를 먹는 진아를 간접 경험하기 위해 똑같이 따라 해보기도 했다고. 그는 "진아처럼 편의점 도시락도 먹고 쌀국수를 규칙적으로 먹어 봤다. 진아는 사람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선택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맛있게 잘 먹었다"고 장난스레 말하며 "나도 혼자 사는 사람인데 진아와 나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 달라서 그걸 이해하는데 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공승연은 첫 주연작부터 전주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배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첫 영화이고 처음으로 상을 받은 영화라 애정도 많이 가고 고마운 작품"이라며 "그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몇 년 차 배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내가 과연 이 연차에 많은 배우일까?'라는 고민을 했다. 아직까지 연기로 시상식에 가거나 상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전주 영화제에 가서 배우로 상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인사말부터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을 받은 건 다 감독님 덕분이라 감독님께 공을 돌리고 싶다"고 감사 인사를 전해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힌편 홀로족의 현실을 깊게 들여다보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오는 19일 정식 개봉한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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