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코로나19 탓에 선택의 여지 없이 ‘집콕’을 했던 전 세계 사람들의 무료함을 달래준 한국 드라마가 있다. 히트 제조기로 불리는 이응복 감독이 연출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방영된 ‘스위트홈’이다. 여기저기서 괴물들이 튀어나오는 독특한 이야기에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열광하면서 ‘스위트홈’은 공개되자마자 한국을 포함해 베트남·싱가포르·홍콩 등 10개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누적 조회 수는 12억 뷰를 넘어섰다. 작품의 성공에는 이 감독의 연출력과 넷플릭스의 자본력이 큰 기여를 했지만 무엇보다 탄탄한 원작의 힘이 컸다. 스위트홈 원작은 지난 2017년 10월 첫 연재를 시작해 지난해 7월 완결된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다. 김칸비·황영찬 작가 콤비가 만들어낸 기발한 이야기가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된 것이다.
올 초에는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승리호’가 대박을 쳤다. 2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된 이 영화는 80개국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오늘의 톱10’에 올랐다. 우주 쓰레기 청소부라는 독특한 설정을 기반으로 탄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 홍작가의 원작 웹툰의 힘이 한류 스타와 만나 시너지를 내면서 이 작품은 공개 28일 만에 2,600만 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웹툰의 글로벌 ‘대박’과 맞물려 웹소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인기 웹소설이 웹툰으로 재탄생하면 해외 수출, 드라마 또는 영화 제작이라는 웹툰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웹소설 ‘재혼황후’는 연재 11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팬들의 전폭적 지지 속에 웹툰 제작이 결정됐고 웹툰 시장에서도 곧바로 상위권에 진입했다. 국내 인기를 발판 삼아 일본·유럽·동남아시아·중국·북미에도 진출했다. 판타지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신과 함께’를 제작한 영화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극장용 장편영화 5편 제작에 대한 판권 계약을 맺었다. 웹소설은 이 같은 성장 잠재력 덕분에 시장 규모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추산 기준 2013년 100억 원대에서 지난해 5,000억 원대로 커졌다.
웹툰·웹소설의 폭발력이 확인되자 인기작 선점을 위한 제작사와 방송사·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JTBC는 올 들어 네이버 웹소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를 드라마로 선보인 데 이어 웹툰 ‘알고 있지만’을 새 드라마로 준비 중이다. tvN은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티빙과 TV 채널에 대표 드라마로 동시에 내세울 예정이다. 넷플릭스 역시 한국 웹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인기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과 ‘지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웹툰 ‘극락왕생’의 드라마 제작을 진행 중인 스튜디오스카이 관계자는 “동유럽에서 열리는 만화 페스티벌에도 비유럽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초청받았다”며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K콘텐츠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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