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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스타영화
[SE★현장] '혼자 사는 사람들' 상처받기 두려운 우리들의 이야기(종합)




1인 가구가 낯설지 않게 된 시대,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 잘 산다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려 하면서도 저마다 외로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상처받을까 봐 누군가와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 언론 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홍성은 감독과 배우 공승연, 정다은, 서현우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홀로족 진아(공승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는 자꾸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일어난다.

이 작품은 단편 영화 '굿 파더'(2018)로 주목받은 홍성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홍 감독은 고독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뒤 2030 홀로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홍 감독은 "혼자 사는 삶이 완벽하고 온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얼마나 불완전하고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그런 고민을 시작하다 보니 사람들이 혼자서도 뭐든지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혼술이나 혼밥을 인증하려고 하지만, 결국 불완전한 사람이기에 공감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유의미한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주인공 진아는 혼자 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주변인들에게는 관심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상만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콜센터 상담원으로 실적 1위를 할 정도로 능력 있지만, 밥도 혼자 먹고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홍 감독은 캐릭터 설정에 대해 "진아를 처음에 생각하면서 그려낸 것이 히키코모리처럼 물리적으로 갇혀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생활도 하고 자기 자신이 온전하길 바라는 사람이었다"며 "진아는 성장하면서 받은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 누군가에게 영향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온전한 나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것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아는 이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며 "진아가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 / 사진=더쿱 제공


홍 감독이 처음부터 진아를 상담원으로 설정한 것은 이유가 있다. 감정 노동으로 악명이 높은 직업인 상담원을 가장 편하고 능숙하게 하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진아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나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 관심이 있다. 상담원은 그걸 잘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이라며 "진아는 고객 한명 한명을 관계로 느끼지 않고, 기계에서 나오는 목소리처럼 받아들이는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극 중에서 진아가 작별 인사를 힘들어하는 것을 짚으며 "성의 있는 작별 인사를 하는 걸 배워가는 영화"라고 평했다. 그는 "자발적이건 아니건 혼자 살아갈 수 있는데 나에게 중요하게 다가온 관계가 어쩔 수 없이 틀어질 수 도 있다. 사람들은 이런 걸 끊임없이 겪으면서 사는데, 어떤 관계가 오고 떠나가던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면 된다"며 "이 영화를 보고 모든 관계가 없어지지 않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겨주면 감독으로서 뿌듯할 것 같다"고 전했다.



공승연은 "코로나19 이전에 찍은 영화이지만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혼자가 익숙해지는 일상이지 않나"라며 "그런 시점으로 영화를 봐도 좋을 것 같다"고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공승연은 이번 작품이 첫 장편영화 주연작이다. 공승연은 어딘가 공허하면서도 무표정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진아의 섬세한 감정을 전달한다. "진아를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힌 그는 "진아가 표정이 없고 말도 없는데 그 안에서 조금씩 진아에게 돌이 던져지면서 일상이 조금식 무너지고 있다. '그런 섬세한 감정 연기를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그런 연기를 하는 내 모습이 궁금했다"며 "감독님이 계속 응원도 해주고 도와주셔서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편집본을 보면서 흐름을 잘 파악하려고 노력했다"고 연기 소감을 전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 / 사진=더쿱 제공


영화 '청년경찰' '여중생A' 등에 얼굴을 비췄던 정다은은 '혼자 사는 사람들'로 첫 성인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진아의 회사의 신입사원인 수진을 연기하며 수많은 사회초년생들의 현실 공감을 이끌어 냈다. 정다은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진아를 비롯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각자 사연도 있고 사정도 있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것이 재밌었다. 또 수진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따라가지 못하고 피해를 끼치는 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서현우는 진아의 옆집에 새로 이사 오는 남자 성훈 역을 맡았다. 성훈은 우연한 기회에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어 곧 홀로족 청산을 앞둔 남자로, 입주할 집의 전 세입자가 죽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제사까지 지내주는 넉살 좋은 남자다. 낯선 이를 멀리하는 진아와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서현우는 "굉장히 짧은 분량을 소화했지만 영화를 보고 놀랐다. 이렇게 진아에게 영향을 정확하게 주는 인물이었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다 보고 '혼자 사는 우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아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사회생활을 하거나 집에 있을 때 모두 혼자 놓일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앞서 전주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진출해 2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홍 감독은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고, 공승연은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을 수상하며 첫 주연작부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홍 감독은 "나에게는 '처음'이라는 타이틀이 많이 붙는 영화"라며 "상도 처음 받아보고 시사회도 처음 해봤다. 모든 게 처음이라 긴장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고 감사하다"고 의미를 되짚었다.

10년 차 배우가 된 공승연은 "내가 과연 이 연차에 많은 배우일까 고민을 하고 아직까지 연기로 시상식에 가거나 상을 받은 적이 없었다. 전주영화제에 갔을 때 배우로 상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인사말부터 눈물이 터져 나오더라"며 "상을 받은 건 다 감독님 덕분이라 감독님께 공을 돌리고 싶다"고 전했다. 함께 연기한 서현우는 "공승연이 중심을 잘 잡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밀도를 잘 조절한 것 같다"고 축하 인사를 건네며 개봉에 기대감을 높였다.

힌편 홀로족의 현실을 깊게 들여다보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오는 19일 정식 개봉한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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