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시중에서는 여당도 야당도 아닌 ‘관당(官黨)’이 나라를 통치한다는 말이 회자돼왔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관료 탓으로 돌렸다. 이 지사는 10일 “대통령이 강조한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게 하겠다’는 등의 말씀에 모든 답이 들어 있음에도 관료들이 신속하고 성실하게 미션을 수행했는지 의문”이라며 ‘관료들의 저항’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판 받았다”면서도 부동산 정책 기조 유지를 강조하자 이에 맞춰 책임을 공직 사회로 돌린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대선 라이벌인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정 전 총리는 “지방자치단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며 은근히 ‘경기도 책임론’을 제기했다. 여당 대표를 지낸 이 전 총리는 “주택 문제를 주도적·지속적으로 해결할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주택지역개발부’ 신설을 제안했다. 별도 조직이 없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변명처럼 들린다.
현 정권은 툭하면 과거 정권 탓을 해왔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내 탓’은 얘기하지 않고 관료·조직 등을 들먹거리면서 ‘남 탓’만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는 점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친 집값’은 현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과 불통이 낳은 결과물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관여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에게 정책 설계를 맡겼으니 예고된 비극이다. 대선 주자들이 정책을 주도한 청와대의 잘못을 거론하지 않고 엉뚱한 데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현 정권의 강성 지지층인 ‘문파’를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문비어천가를 쓴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본질을 호도하고 엉터리 진단을 하면 올바른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하게 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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