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여중생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한 징계 처분은 무효라며 학교장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12일 인천지법 행정1-1부(양지정 부장판사)는 중학생 A양이 인천 모 중학교 교장 B씨를 상대로 낸 서면사과 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학교 측이 문자메시지로 통보한 징계 처분은 행정소송법에 위반돼 무효라며 소송 비용은 모두 B씨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양은 지난 2019년 인천 한 중학교에 다니면서 같은 반 친구 6명과 함께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됐다. 이듬해 1월 A씨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 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라'는 처분을 받았다. 당시 학생부장은 B씨가 의결한 이 처분 결과를 A양 등 학생 7명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문자메시지에는 '이번 학교 폭력과 관련된 학생 7명의 조치는 모두 동일하게 1호 서면사과로 나왔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A양은 같은 해 6월 학내 임원선거에 후보로 나서려고 하다 학칙상 징계를 받은 경우 출마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서면사과 처분이 적법하게 고지되지 않았다"며 "행정절차법에 따라 문서로 통보한 게 아니어서 명백하게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B씨는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처분을 문자로 빠르게 받길 원하고 당시 사건도 모든 과정을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진행했다"며 "묵시적으로 사전에 동의가 있었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A양의 손을 들어줬다. 학교 측이 서면사과 처분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문서가 아닌 휴대전화를 이용한 것은 행정절차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이었다.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에게 문서로 통보를 해야 하며, 전자문서로 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처분을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할 때는 말이나 다른 방법으로 통보할 수 있다.
재판부는 "행정절차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묵시적인 관행만으로는 전자문서(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처분하는 것을 원고가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통상 서면으로 통보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2~3일에 불과하고 원고가 서명 통보를 거절할 사정도 없었다"며 "처분을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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