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코로나19 백신 도입 일정을 담은 비공개 자료를 특정 언론에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실무진의 단순 실수였다고는 하나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위해 정부가 연일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2일 행안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한 일간지와 전해철 장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일정을 담은 내부 자료를 제공했다. 코로나19 백신 도입 일정을 담은 문서는 글로벌 제약사와 비밀유지협약을 통해 진행되는 대외비성 자료인데 이를 무단으로 반출한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해당 언론사와 장관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충 설명을 위해 코로나19 백신 도입 일정을 담은 자료가 제공됐다”며 “담당 실무진의 실수로 자료가 나갔지만 해당 자료는 실제 확정된 공급 계약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둘러싼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칫 백신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앞서 글로벌 제약사와 잇따라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구체적인 백신 가격, 세부적인 도입 일정, 공급되는 백신 물량 등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합의사항을 파기하면 최악의 경우 공급 중단과 연기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행안부가 코로나19 백신 도입 일정을 언론사에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는 이날 비밀유지협약 파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즉각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로 가뜩이나 수급이 불안정한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도입 일정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지성 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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