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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칼럼] 빈껍데기 한미동맹

?백상경제연구원장·서울경제 논설고문

中인권·북한핵 등 현안마다 엇박자

美 바이든정부 한국패싱 징후 뚜렷

동북아시아 외톨이 신세 면하려면

한미 정상회담서 실용적 접근 필요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이 너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4년 내내 북한·중국만 바라보는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온 탓이다. 이제 미국은 한국 앞에서는 민감한 문제는 아예 거론조차 않는 상황이다. 최근 양국 관계를 보고 있노라면 한미 동맹은 빈껍데기만 남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3월 18일에 있었던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는 한미 동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한국·일본 방문은 미국에서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동북아시아 동맹국들과 외교안보 정책 조율에 나서는 자리라는 점에서 상당한 이목을 끌었다. 특히 최근 들어 덩치가 커진 중국의 주변국들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은 한미일 모두의 최대 현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미 2+2 회의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 그 어디에서도 중국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일본에서 열린 미일 2+2 회의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홍콩·신장위구르에서의 인권 탄압과 남중국해에서의 무력 과시를 비판했던 미국이 왜 한국에서는 이런 태도를 보였을까. 그건 중국 문제 언급을 꺼리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고밖에는 해석할 길이 없다.

두 달 뒤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지난 3일 영국에서 열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회담에서도 지역·글로벌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밝혔을 뿐 중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는 미일 외교장관 회담은 물론이고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중국의 인권 탄압에 우려를 표명한 것과는 딴판이다.

사실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되돌아보면 동맹국인 미국을 불편하게 하는 정책의 연속이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에는 발을 담그면서도 우리 안보와 직결된 쿼드 플러스에는 참여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우는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입을 닫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한국은 같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핵 대응에 필요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환경영향평가를 구실로 4년이나 정식 배치를 미루고 있고 한미 연합군의 실전 훈련은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과정에서도 우리나라는 3년 연속으로 공동 제안국에서 빠졌다. 북한 정권이 싫어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는 모습으로 비친다. 이러니 미국은 한국과는 민감한 이슈는 의논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건 말만 동맹이지 동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얻은 것은 뭔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국가이익만 심각하게 훼손됐다. 각국이 저마다 급변하는 경제·안보 지형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이념에 사로잡혀 실용적인 접근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일본만 하더라도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는 대가로 센카쿠열도 방어나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논의의 테이블로 올리는 등 실리를 챙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4년간 중국과 북한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그 대가로 얻어낸 건 아무것도 없다. 중국은 아직도 사드 철거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핵 무장 능력만 더 커졌다. 이 과정에서 동맹국인 미국과의 틈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제 정세에 눈이 어두워 주권을 잃어버린 구한말의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현실 인식으로는 미중 패권 전쟁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지형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오는 21일에는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여기서도 대북한 제재 완화 등 현실성 없는 정책을 고집하면서 미국과 엇박자를 내면 우리는 동북아의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념의 색안경을 벗고 국가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실용적인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오철수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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