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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혼자 사는 사람들'이 묻는다, 진짜 혼자 잘 살고 있나요?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 / 사진=더쿱 제공




공감이라는 단어로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회와 맞닿아 있다. 다큐멘터리 아닐까 싶을 만큼 현실감도 넘친다. 화려한 영화적 장치가 없음에도 깊이 빠져든다. 마치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들춰낸 것처럼. 이 솔직한 이야기는 누구나 갖고 있는 공허한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1인 가구가 늘어난 시대 ‘홀로족’에 대한 이야기다. 20대 후반 콜센터 상담원인 진아(공승연)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한 인물이다. 회사에서는 만년 실적 1위를 달성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는 직원이지만, 주변인과는 엮이지 않으려 한다. 그런 그가 신입사원 수진(정다은)의 교육을 맡게 되면서 불편한 나날이 지속된다. 계속 말을 걸어오던 옆집 남자는 고독사한 채로 발견되고, 그 집으로 새로 이사 온 남자 성훈(서현우)은 불편하지도 않은지 이웃들을 모아 그를 애도하며 주변인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진아는 문득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영화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진아의 모습에 집중한다. 17년 전 바람 나서 집을 나갔다가 얼마 전 돌아와 엄마의 임종을 지킨 아버지와의 관계는 진아를 고통 속에 몰아넣는다.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커 이별을 두려워하게 된 진아는 누군가 자신을 떠나가도 자신은 아무렇지 않은 채 온전해야 한다고 믿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생겼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아직 감정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는다. 그는 아버지가 어머니의 휴대폰으로 계속 자신에게 전화하는 것도, 어머니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 / 사진=더쿱 제공


진아는 모든 것이 낯선 신입 수진에게도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진상 고객을 무미건조하게 맞받아치는 자신과 다르게, 감정노동에 익숙하지 않는 수진의 모습을 보고 황당하기만 하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건네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수진에게 “사실 혼자 아무것도 못 해요. 그런 척하는 거예요”라고 토해내다시피 털어낸 진아의 진심은 이전의 모든 행동이 방어기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한다.

진아는 성훈을 보며 자신이 ‘혼자 잘 살아가는 법’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전 세입자를 위해 제사를 지내주며 작별 인사를 하는 성훈을 보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별을 하면 안 되고, 이별을 하지 않으려면 관계를 맺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진아의 이야기는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 등이 트렌드가 된 시대에 경종을 울린다. 진아는 매일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담배를 피우는 데 익숙하지만, 항상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영상 속에 자신을 구겨 넣으며 진짜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키는 보호막 같은 것이다. 그런 모습은 현대인의 일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영화는 진아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호막을 찢고 나와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북돋아주려 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 / 사진=더쿱 제공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장편 영화 데뷔작인 홍성은 감독은 편안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렇다고 ‘혼자 사는 게 나쁘다’고 몰아붙이지 않는다. 단지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도 좋다’고 넌지시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나 이별은 어디서나 일어나고, 왔다 가는 관계라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위로한다.

극적인 엔딩이 아닌 것도 홍 감독의 메시지와 연결되는 듯하다. 수진이나 성훈과의 관계를 통해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그런 극적인 반전보다 진아만의 방식대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어쩌면 허무하리 만큼 현실적이다. “관객 저마다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보듬는 맞춤처방전을 얻게 되길 바란다”는 홍 감독의 의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극의 전반을 홀로 이끌어가는 공승연의 연기는 지루할 수 있는 분위기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대사가 많지 않지만 무미건조한 표정과 공허한 눈빛으로 모든 감정이 표현된다. 진아의 울분이 터지는 장면 역시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와닿는다.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러닝타임 9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19일 개봉.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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