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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선아 "'복면가왕' 아기염소 어떻게 알았을까? 방송 두려움 접었어요"

뮤지컬 배우 정선아 / 사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여신이 전국을 휩쓸었다. 3연속 가왕을 차지하며 무대를 넘어 안방극장까지 점령한 정선아에게 이제 두려울건 없다.

최근 MBC ‘복면가왕’에 아기염소로 출연한 정선아는 3연속 가왕에 등극했다. ‘네버 엔딩 스토리’, ‘헤븐’, ‘바람기억’, ‘세상은’, ‘롤린’ 등의 무대 모두 극찬이 쏟아졌다. 특유의 청아한 음색과 시원시원한 고음처리는 패널과 시청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지난 12일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가왕 3연승 소감을 묻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꿈만 같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1승도 어려운 가왕 자리에 세 번이나 오른 것은 큰 사랑을 받은 덕이라며, 왜 이제야 복면가왕에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제작진이 한참 전부터 러브콜을 보내셨어요. 그런데 그동안은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안 하던 장르를 도전하는 게 맞나 싶었거든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이야기해달라고 했는데 뮤지컬 ‘위키드’를 병행하면서 출연 제의를 다시 받았어요. 공연장에 많은 관객분들이 오실 수 없는데, 이렇게나마 관객들을 만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복면가왕’에 출연하기로 결정했죠.”

뮤지컬계에서는 최강자로 손꼽히지만 가요는 비교적 생소했다. 색다른 편곡으로 화제를 낳았던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역시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가요 보컬 레슨까지 받으면서까지 최선을 다해 가왕 자리를 3번이나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 9일, 5월의 에메랄드에게 아쉽게 패하며 드디어 가면을 벗고 뮤지컬 여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가왕에서 내려올 때 시원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조금 아쉽더라고요. 김성주 씨가 “승자는…아기염소”하면 기뻤는데 5월의 에메랄드를 부르니까 ‘어, 나 진짜 끝이야? 얼굴 공개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5월의 에메랄드님이 너무 잘하셨잖아요. 조금 아쉽지만 준비한 것들을 다 보여드린 것 같아 후회는 없어요.”

‘복면가왕’ 정선아 / 사진 = MBC ‘복면가왕’ 제공


정선아는 ‘복면가왕’에서 부른 노래 중 신효범의 ‘세상은’에 가장 애착이 갔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희망적인 노래를 좋아하는 그는, 힘들고 어려운 요즘 희망이 담긴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경연이기에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느낌을 줘야한다고도 생각했지만, 너무나 들려주고 싶던 노래들이었던 만큼 가사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었다.

“저는 희망을 주는 노래를 참 좋아해요. 이전의 내 삶이 어쨌든, 또 다른 빛이 나에게 올 것이라는 노래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어 뉴 라이프(A New Life)’라는 노래가 지금 제 삶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툭툭 털고 꿈에서 깨어나고 내 인생을 펼쳐나간다는 희망적인 노래를 가장 좋아해요.”

‘복면가왕’ 출연 사실은 정선아의 남편과 어머니만 알고 있었다. 정선아는 해외에서 방송을 보며 응원해준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동시에 출연 사실을 철저히 함구했음에도 네티즌과 팬들이 정체를 추리한 것에 놀라워했다. 정체를 공개한 후 주변의 반응에 대해서도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복면가왕 출연 여부를 주위에 말할 수가 없어서 함구했어요. 입이 너무 간지러웠죠. 그런데 많이들 알아보셔서 깜짝 놀랐어요. 뮤지컬이 아닌 방송에서 노래를 들려드린 적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SNS로 연락이 계속 왔어요. ‘아기염소 너무 잘 봤다’고요. 어떻게 알았나 싶기도 했고 재미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팬들도 ‘많은 분이 배우님을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해 주셨어요. 제가 그 얘기를 듣고 확실히 알았는데, 앞으로도 재미있는 방송에 얼굴을 비춰야겠어요.”



방송이 오랜만인 그는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만 관객을 만났다. 뮤지컬 배우로서 막중한 책임을 진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방송에 나와서 캐릭터와 분리된 유쾌하고 재밌는 ‘인간 정선아’를 보여주는 게 맞는 건지 늘 고민했다. 그러나 ‘복면가왕’ 출연을 통해 정선아는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에 큰 변화를 맞았다. ‘위키드’의 정선아, ‘아이다’의 정선아가 아닌 ‘인간’ 정선아로서 대중에게 다가선 시간이 뜻깊었다. 그는 이번 기회에 방송에 대한 두려움을 접고 다양한 방송에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뮤지컬만 하느라 그전에는 다른 것들을 하지 못했는데, ‘복면가왕’을 통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으니까 방송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걸 느꼈어요. 공연으로 저를 못 보는 분들, 공연장에 직접 못 오시는 분들이 집에서 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쁨을 느꼈거든요. 저를 TV에서 보시고 ‘어? 이런 배우가 있었네?’ 알아주신다는게 정말 크게 와 닿았습니다.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보여드릴 수 있는 모습을 다 보여드리고, 나갈 수 있는 곳에 즐겁게 다 나가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 정선아 / 사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물론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복면가왕’ 촬영 당시 그는 뮤지컬 ‘위키드’의 글린다로 무대에 서고 있었다. 공연을 하면서 다른 일정을 병행한다는 것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방송에서 봤던 실력자들과 경연을 펼친다는 것에 위축되기도 했지만, 두려움을 걷어내고 도전에 응했다.

“준비하기 어려웠어요. ‘복면가왕’도 두 달 정도 되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뮤지컬 ‘위키드’와 가요 발성은 다른 점이 있어서 두 배의 시간을 들였어요. 뮤지컬은 뮤지컬대로, 가요는 가요대로 레슨을 받았고 뮤지컬 배우로서 제 기량을 많이 업그레이드시킨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많이 성장했고 여러 가지 스타일의 노래를 하니까 자신감이 높아졌습니다.”

정선아는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과 함께했다. ‘렌트’를 통해 만 18세에 데뷔한 그는 최근 뮤지컬 ‘시카고’를 보러 가면서 당시 함께했던 직원들을 만났다. 20년이 흘렀음에도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옛 동료들을 보며 ‘짧고 굵게 가자’였던 자신의 가치관이 변했다. 많은 분들을 보며 오랫동안 행복하게 공연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신시컴퍼니 언니들이 그대로 있는걸 보고 저 혼자 이 자리에 온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데뷔 초반, 어린 나이에는 ‘내가 잘해서 큰 거지’라는 자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되돌아보면 정선아가 20주년까지 성장할 수 있던 건 정말 수많은 스태프, 배우들이 저를 끌어당겨 줬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뮤지컬 배우로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왕에서 물러난 정선아는 오는 20일 부산에서 뮤지컬 ‘위키드’로 관객을 찾는다. 벌써 세 번째 ‘글린다’로 무대에 오르는 그는 배역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거창하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책임감 있게 뮤지컬을 끌고 갈 수 있는 주축이 되고 싶다.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선배들을 공경하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구성원의 하나로서 코로나19 사태를 잘 이겨나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제 서울 ‘위키드’ 공연을 잘 마치고 부산으로 5월 20일부터 6월 27일까지 공연을 합니다. 이렇게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아요. 무대에서 관객들 만나면서 공연한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서울 공연 잘 마쳤기 때문에 부산에서도 많은 분 와주실 것이라 믿고 저희 또한 건강히 방역수칙 잘 지키면서 여러분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최수진 ssu012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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