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 분야 전문가들이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부터 오는 8월 한미연합훈련까지의 기간이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결정짓는 분기점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북미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이 조기에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립외교원·통일연구원·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한미 협력방안’을 주제로 공동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상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관계는 당분간 탐색기를 거친 후 대화·협상 국면으로 진입하거나 또는 관계 악화 이후 장기적 교착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그동안 ‘선 적대시 정책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해온 만큼 오는 8월 한미연합훈련을 기점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위성 발사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한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까지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미국 내 북한 관련 강경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도발 시 북미 관계가 장기적인 교착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도 토론 과정에서 “8월 한미연합훈련 전에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성과를 만드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난 2019년 ‘노딜’로 무산된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이 제안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 논의를 이어갈 대화 유인책을 조기에 마련하는 데 주목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초기 북핵 합의를 위한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 ‘교환 패키지’를 조기에 개발해야 한다”며 “북한의 방역·보건 지원, 경제 발전 지원, 국제적 지위 제고 등의 대화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스냅백 조치를 전제로 하는 단계적 동시행동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스냅백’이란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사전에 부여된 특혜나 혜택을 일시적으로 철회하는 대응을 의미한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란식 핵합의 모델과 비슷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국이 주목해야 할 북한의 특성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이란식 핵합의 모델이란 1단계로 잠정합의(interim agreement)를 타결해 핵활동 동결·사찰단 파견과 점진적인 경제 제재 완화를 맞교환한 뒤, 2단계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하는 포괄적 핵합의를 타결하는 방식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이미 내부 경제개혁과 국가전략의 경제건설 총력 노선으로의 전환을 통해 제재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하루 3끼를 먹고 살 만큼의 자력 경제를 만들어 놓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경제가 제재에 특화되면서 이란식 경제제재의 압박 효과가 불충분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기존의 6자 회담에서는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맡았지만, 미중갈등이 심화하면서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란식 핵합의처럼 다자회의 틀로 갈 경우, 적절한 중재자가 있는지, 없으면 새로 찾을 수 있는 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란식 합의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란의 신뢰를 받는 영국·프랑스·독일이 협상 중재자로 인정받은 덕분에 미국과 이란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도 실무협상이 결렬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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