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열풍이 불면서 부동산 경매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경매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선 전문가의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한 상황. 이에 서울경제신문 부동산 매체 ‘집슐랭’은 ‘경매의 기술’ 저자인 정민우 바른경영컨설팅 대표를 만나 부동산 경매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정 대표와 서울경제신문 부동산 유튜브 채널 ‘집슐랭’이 나눈 문답이다.
▲ 경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 30대 초반에 뜻하지 않게 조금 일찍 퇴사하게 됐다. 퇴직금 같은 모아놓은 돈이 줄어든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부동산을 떠올렸다. 부동산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 ‘경매와 공매’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도서관에서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다. 이 분야를 제대로 공부하려고 2010년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그때 돈이 없어서 경매 시장에 기웃기웃하게 됐다. 결론적으로 시기도 잘 맞았던 것 같다. 경매 투자를 한 2011~2013년이 하락장이었지만 법원에 입찰하러 가면 거의 낙찰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 많은 경험을 쌓았다.
▲ 초창기에 주로 공략했던 카테고리는 어느 종목?
□ ‘아파트’부터 시작했다. 80%까지는 대출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출이자를 내기 위해 임대보증금을 회수하고 월세를 놓는 것이 전략이었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이자를 낸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다. 그래서 항상 수익률 개념부터 생각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3억 원에 낙찰받아 2억 4,000만 원을 대출받고 보증금으로 2,000~3,000만 원을 회수하면, 2,000~3,000만 원으로 아파트 한 채 살 수 있다. 2억 4,000만 원의 대출이자는 75만 원 내외의 월세에서 냈다. 이자는 50만 원이 채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자를 내고도 20만 원 정도 남기는 식으로 로직을 짜서 계속 투자했다.
▲ 경매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목표는?
□ 일단 ‘생계유지’가 목표였다. 거창한 수십억, 100억대 자산가가 되겠다는 꿈은 꿀 수도 없었다. 하락장부터 겪어왔기 때문에 나름 보수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외부에서는 나를 ‘레버리지를 무지막지하게 쓰는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레버리지 비율이 높다고 해서 위험한 것은 아니다. 원금이 많이 들어가는 비율보다도 오히려 더 확실하고 안전한 자산에 레버리지 비율을 극대화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인드로 10년째 투자하고 있다.
▲ 경매로 돈을 벌 수 있는 흐름은?
□ 경매 로직은 싸게 사서 정상가에 파는 구조다. 대부분 급매가 수준보다 싸게 사는 게 목표다. 미래에 대한 가격은 너무 불확실하다. 금리 수준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장래를 예측하는 데 힘을 쏟지 말고 현재 수준보다 조금만 낮게 가격으로 헷지(자산의 변동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활동)를 해야 한다. 개발 호재나 통화량 같은 어떤 이슈가 있어서 본인이 생각했던 수준보다 조금 더 올라주면 그 부분만큼은 감사한 일이 되는 것이고, 그냥 시세만 유지돼도 마진을 가져갈 수 있는 게 바로 경매·공매다.
▲ 낙찰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 ‘반드시 낙찰받겠다’는 각오로 법원에 간다. 한 세 번 가면 두 번 이상은 낙찰받아 오는 것 같다. 초보자들은 흔히 입찰할 때 급매가 수준 혹은 네이버 부동산에 나와 있는 매물보다 ‘ 몇천만 원 싸게 받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시세가 올라가는 지역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나온 매물이 팔렸는지 안 팔렸는지 정도는 확인하고 입찰가를 써야 한다. 내 경우엔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입찰가에 녹이는 편이다. 즉,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액을 충분히 낮춰도 마진이 얼마든지 남을 수 있다.
또한 한 번의 입찰에서 한 번에 낙찰받겠다는 것도 욕심이다. 요즘 일반 직장인 급여 수준이 400~500만 원 수준이라고 하면 한 달 내내 일해야지 그 정도 벌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경매로 돈 천만 원 버는 것은 너무 쉽게 생각한다. 경매로 1,000만 원을 벌기 위해선 두 달 내내 쉬지 않고 일하는 정도의 노력은 하고 원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정도 노력을 안 하고 한 번 입찰해보고 ‘아, 이거 안 돼’ 이러는 분들이 너무 많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끈기가 있고 열심히 하는 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가는 것 같다.
/류지현 인턴기자 r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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