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 관계 정상화를 희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 원장은 한일정상회담의 개최 필요성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박 원장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 전후에 스가 총리를 만나 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희망하고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날 “박 원장이 스가 총리를 만나 문 대통령과 한일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냉각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고,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성공을 기대한다는 말도 오갔다”고 보도했다. 일본 민영방송 JNN도 “박 원장이 한일 관계 정상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스가 총리도 양국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해외 정보 기관과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협력하고 있다”며 “정보 부문 활동이라는 업무의 성격상 구체적 활동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 있다”고 확인을 거부했다. 외교부 관계자 역시 이와 관련해 “설명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박 원장의 스가 총리 예방은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박 원장은 당시에도 문 대통령의 한일 관계 정상화 의지를 전달하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이은 새 한일 공동선언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이번 방일 기간에 일본 유력 정치인과도 접촉하며 한일 관계 개선의 시급성을 전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박 원장은 전날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도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고 격려했고 니카이 간사장은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과 니카이 간사장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쌍방이 노력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더불어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과도 만나 한일 관계 현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원장은 이번 방일 기간에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과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비공개 회의에 참석해 대북 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새 대북 정책에 대한 조율과 북한 내부 상황 등에 대한 정보 등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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