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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용] 산에서 도시락 주문이 된다구요?


※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봄비가 조용히 가늘게 내리던 지난 1일 북한산 국립공원 도봉탐방지원센터 앞. 코로나 19 등쌀에 ‘등산’이라는 취미가 생긴 에디터는 지구를 지키는 등산법이 있다고 해 빗속을 뚫고 도봉산으로 향했어요. 잘 배워서 '제로웨이스트 등산법’을 제대로 전수해줄 참이랍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죠? 근데 먹으면 지구를 파괴하는 쿠킹포일, 플라스틱, 나무 막대기 등 유해물질이 나와요. 코로나 19로 바뀐 일상 속에 산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산도 쓰레기로 홍역을 앓고 있다고 해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19년 551만여 명이던 북한산국립공원 등산객 수는 지난해 656만여 명으로 급증했는데요. 산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2019년 85톤이었던 쓰레기양도 94톤으로 많아졌다고 해요.

제로웨이스트 등산법을 찾아 헤매던 에디터는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친환경 도시락’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2018년 소백산북부사무소에서 처음 친환경 도시락 판매를 시행했는데 사회적 호응도가 높아 전 공원으로 확대·시행하고 있어요.

넌 아직도 도시락 싸? 난 주문!




카카오톡을 켜고 검색란에 ‘내 도시락….’이라는 문구를 검색하면 ‘00산 내 도시락을 부탁해’라는 채널이 검색돼요. 가고 싶은 산을 찾아서 검색하면 되겠죠? 카카오톡 채널에 들어가면 도시락 주문방법이 친절하게 설명돼 있어요. 다만 지역마다 업체가 다르다 보니 내장산 두텁떡·모시떡, 경주 사찰음식 도시락, 오대산 곤드레밥 등 지역 특색이 찐한 메뉴들도 있어요.

에디터는도봉산 탐방지원센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산애락 기본세트(7,000원)와 수제견과바(1,500원)를 주문했어요. 카카오톡 채팅으로 상담직원에게 도시락 메뉴와 수량, 입산 날짜 등을 적어 주문을 해봤어요. 주문한 시간은 오후 1시 23분. 오후 3시 20분이 됐는데도 답이 없네요.



답답한 에디터는 도봉 탐방지원센터로 전화해 봅니다. 센터 관계자 “지금 담당자가 잠깐 자리를 비워서….”라고 하네요. 그리고 다시 10분, 드디어 답이 왔어요. 하지만 돌아온 카톡에는 “배달 가능 수량 되면 연락드릴게요”라는 회신뿐이네요. 당황한 에디터는 다시 설명문을 꼼꼼히 읽고 도시락 최소 주문 수량이 6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어요. (주문은 1일 전 12:00시까지라는 점도 필수 체크요.) 부득이하게 취재 사실을 알리고 도봉 탐방지원센터에 협조를 구해 드디어 산애락 도시락을 영접합니다. 구성은 근대쌈밥, 유부초밥, 김밥, 크로와상 샌드위치, 과일 등 알차게 구성돼 있네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 도시락 수량이 6개 이상부터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문정문 도봉탐방지원센터 과장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참여하다 보니 도시락 수량이 적을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코로나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풀리면 더 많은 등산객이 도시락을 이용하도록 수량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친환경 도시락 서비스에 참여하는 업체는 소규모 업체들이에요. 우리가 친환경 도시락을 애용할수록 코로나에 시름하는 자영업자와 지역 농부들의 가계에도 도움이 되겠죠?

친환경 도시락을 먹는 것 자체도 산림을 보호하는 데 큰 보탬이 돼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7개소에서 판매된 친환경 도시락은 총 6,697개(5,537만 5,000원)인데요. 이는 무려 3만 7,580개의 쓰레기가 절감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쓰레기는 돈이다?


친환경 도시락을 먹어도 생수병이나 간식 포장재 같은 쓰레기가 생길 수 있는데요. 그래선지 아직도 산 구석구석엔 치워야 할 쓰레기가 많아요. 근데 쓰레기를 줍는 것만으로도 돈이 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노웨이스트' 등산 문화를 위해 2010년부터 그린포인트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요. 돈 버는 받는 방법은 간단해요.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다가 탐방지원센터에 가져가서 무게를 달면 돼요. 일반·재활용 쓰레기 구분은 없고, 1일 1인 1,000g(=2,000포인트) 제한이 있어요. 분리수거는 공단에서 해 주고요. 산행정보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인증방법도 있어요. 산에서 수거한 쓰레기봉투 사진과 집으로 가져간 사진 2장을 앱을 통해 관리자에게 전송해도 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요. 이런 장점 때문에 그린포인트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어요. 공단에 따르면 2018년 28만 6,000명이었던 참여자는 지난해 53만 3,000명으로 급증했어요. 쓰레기 수거량도 각각 287톤에서 564톤으로 증가했어요. 그 결과 전국 국립공원의 쓰레기는 2019년 1,120톤에서 2020년 935톤으로 해마다 급감학고 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산에서 치워야 할 쓰레기는 적지 않아요.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한 이유기도 하죠. 다행히 기후변화 등 친환경 이슈가 부각되면서 쓰레기도 줍고 운동도 하는 '플로깅' 모임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어요. 플로깅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조깅(jogging)을 합친 말!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거예요. 해변으로 밀려온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도 많이들 동참 중이구요. 등산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클린 하이커들도 늘어났대요. 지구를 지키고 있지만 고독하고 왠지 공허한 지구용사라면 취미를 공유하는 '소모임' 같은 스마트폰 앱에서 클린 하이킹 모임에 참여해보세요.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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