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후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 관련, 정민씨의 사인이 '익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나온 가운데 정민씨 아버지 손현(50)씨가 아들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만취상태였다는 국과수 감정결과가 어떻게 외부에 노출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씨는 14일 전파를 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민씨의 '혈중알코올농도 0.154%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라는 부검결과가 보도된 것을 두고 "경찰이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절대로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어디선가 어제부터 수치가 나오더라. 저희가 절대로 안 한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씨는 '그 수치는 음주운전 측정할 때 만취 기준을 넘은 것으로 수치의 높고 낮음이 죽음과 연관성이 혹시 있다고 보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처음엔 높은 것이 좋은 지, 나쁜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강공원에 아들과 친구가 있던) 사진 상태로 봐서는 도저히 자기의 의식을 통해서 물에 들어가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손씨는 아울러 '그 상태로라면 이렇게 경찰이 전해준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치를 봤을 때, 홀로 아드님이 움직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는 말씀인가'라는 이어진 질문에 "물가의 갯벌까지 감안해서 휘청휘청 바위를 건너서 들어간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입증한 분들도 있고, 수치는 와닿지 않지만 사진을 봐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서울경찰청은 정민씨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감정서를 회신 받았다고 밝혔다. 정민씨 머리 부분에서 발견된 2개 상처는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국과수는 판단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6개 그룹, 목격자 9명을 조사한 결과 새벽 2시부터 3시 38분까지 정민씨와 A씨가 한강공원 인근에 돗자리를 깔고 같이 누워 자거나 구토를 했다는 공통된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정민씨는 누워있거나 앉아있었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경찰은 정민씨가 실종된 지난달 25일 새벽 4시 20분쯤 A씨가 가방을 멘 채 혼자 한강에 인접한 경사면 인근에 누워 잠들어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목격자는 "A씨가 물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한 위치라 보고 깨웠으며 당시 손씨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오전 3시 38분부터 4시 20분께까지 정민씨와 A씨의 공통된 행적이 없고 친구만 자고 있는 상태로 발견돼, 3시 38분 이후 두 사람의 행적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 감정서와 함께 정민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실종 당일 정민씨와 A씨는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 360㎖ 2병, 소주 640㎖ 2병, 청하 2병, 막걸리 3병 등 총 9병을 구매했다.
다만 경찰은 구매한 술을 이들이 다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고, 누가 더 술을 많이 마셨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은 당일 이들의 행적을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는 제보 몇 가지를 확보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출입차량 154대를 특정해 동일 시간 출입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와 블랙박스 분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A씨와 그 가족에 대한 경찰의 수사도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A씨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은 데 이어 A씨의 노트북과 이들이 당일 현장에 타고 온 차량 블랙박스에 대한 포렌식 분석을 마쳤다. 아울러 아버지 휴대전화를 제출 받아 추가 포렌식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대 의대에 재학 중이던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정민씨는 실종 닷새 만인 지난달 30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한강공원에서 귀가하던 당시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다. A씨의 휴대전화는 정민씨 실종 당일 오전 7시께 전원이 꺼진 뒤 2주 가까이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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