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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박상기는 누가 수사할까[서초동 야단법석]

'김학의 수사외압' 연루 조국·박상기

사건 '윗선' 수사 결정권은 공수처에

공수처, 어떤 결정내리든 관건은 '속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이 지난 2019년 2월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얘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요약문)에 나오면서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이제 두 전직 장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관심은 수사의 주체가 어디가 되느냐는 것이다.

검찰이 사건 본류를 계속 수사하고 이 지검장 등 주요 피의자들을 기소해왔으니 그에 이어서 수사를 두 사람으로까지 뻗을지, 아니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립 취지를 살려 처음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조준한 수사에 착수할지 주목된다.

수사 결정권은 공수처가 갖는다


현재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은 둘 다 검찰 단계에 머물러있다. 조 전 수석은 김 전 차관 사건의 참고인 신분이다. 박 전 장관은 피고발인 신분인데 수사 전이다.

이렇게만 보면 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지는 검찰이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수사 주체가 누가 될 지는 공수처의 결정에 달렸다.

검찰 관계자는 “현 상태로는 검찰이 (조 전 수석·박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이 연루된 사건이 공수처에 이첩된 상태라 해당 사건을 수사할 권한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수사 권한이 없으면 조 전 수석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할 권한 역시 없다.

조 전 수석이 연루된 사건은 윤대진 전 검찰국장의 수사 외압 혐의 사건이다. 수원지검이 지난 12일 공수처에 이첩했다. 윤 전 국장 외 관련해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도 넘어갔다.

따라서 공수처가 윤 전 국장을 직접수사 하기로 결정하면, 사건 연루자인 조 전 수석을 수사할 권한도 생긴다. 반대로 공수처가 사건을 검찰에 다시 이첩하기로 하면 검찰이 조 전 수석을 수사한다.

공수처가 현직 고위공직자가 아닌 둘을 수사할 수 있는 근거, 검찰이 둘을 공수처에 이첩하지 않았는데도 수사할 수 있는 근거는 공수처법 2조에 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만 수사하는 게 원칙이지만 ‘관련범죄’에 한해 예외가 있다.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과 같은 ‘사건 연루자’가 받는 범죄 혐의는 법률상 ‘관련범죄’라고 한다. 공수처법 2조는 고위공직자 범죄의 관련범죄에 한해 비(非)고위공직자도 수사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성윤 공소장에 나오는 조국·박상기의 ‘관련범죄’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의 관련범죄는 이 지검장의 공소장 요약문에 나와 있다. 조 전 수석은 윤 전 국장에게 ‘이규원 검사가 수사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연락했다. 조 전 수석이 검찰의 수사를 막으려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규원 검사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출국금지를 위해 가짜 사건번호를 만드는 등 적법절차를 어겨 지난달 기소된 인물이다.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출금 3개월 후인 2019년 6월 이 검사의 혐의를 인지해 수사에 착수했었다.

이 검사는 자신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이광철 청와대 행정관에게 내용을 설명했다. 이 행정관은 조 전 수석에게 “검찰에서 이규원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며 “이규원 검사가 유학도 가야 되는데 검찰이 수사를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조 전 수석은 이 말을 윤 전 국장에게 그대로 옮겼다. 여기까지가 검찰이 파악한 조 전 수석의 수사 외압 의혹이다.

박상기 전 장관은 조 전 수석과는 따로 윤 전 국장에게 수사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다. 마찬가지로 이 지검장 공소사실 요약문에 따르면, 2019년 6월 안양지청 수사팀은 김 전 차관 출금 위법성을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조사했다. 직원 한 명이 차규근 출입국본부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그리고 차 본부장은 박 전 장관에게 이를 알렸다. 박 전 장관은 윤 전 국장을 불러 “(검찰 수사팀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 검찰이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수사하냐”며 질책했다. 다만 공소장 요약문만 보면 박 전 장관이 “수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기보다는 질책을 한 사실만 나와있다.

윤 전 국장은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의 말을 종합해 이현철 전 지청장에게 이규원 검사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윤 전 국장이 수사 외압을 행사한 혐의가 있고, 그 관련범죄로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이 있는 것이다.

조 전 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박 전 장관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018년 11월 5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검사인사제도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접수사할까 재이첩할까


결국 공수처가 윤 전 국장 직접수사를 선택할지 아니면 검찰에 사건을 재이첩할지 결정하는 것만 남았다.

일단은 재이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공수처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서다.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특혜 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선정했고, 절반 가까운 검사들이 법무연수원에서 실무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아직 자리를 완전히 못 잡은 상태에서 1호 사건도 해야 되는데 검찰 고위간부 및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을 수사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를 할 줄 몰라 교육부터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라성 같은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사 과정 중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고소·고발 당할 확률이 높고 수사가 망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공수처가 이번 기회로 검사 혐의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해 “검찰을 견제하랬더니 엉뚱한 데 눈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공수처가 이런 여론을 반영해 직접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가 어떤 선택을 하든 관건은 ‘속도’다. 공수처는 현재 이규원 검사의 수사기밀 유출 혐의 사건도 검찰 이첩을 받고 두달 째 직접수사·재이첩 여부 결정을 안 하고 있다. 이에 검찰 수사도 덩달아 지연되는 등 수사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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