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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용]건강도, 환경도 지키는 100% 식물성 고기, 어떤 맛?

대체육 스타트업 '디보션푸드' 연구소에서 구워봤습니다

저칼로리에 콜레스테롤 '0', 고기 줄이고픈 소비자층 겨냥

대기오염·물 소비·필요 토지 면적 확 줄어 탄소 감축 기여


※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조리 후의 대체육 패티.




탄소배출과 환경오염, 혹은 건강을 이유로 고기 대신 대체육을 찾는 지구용사님들 많을 거예요. 에디터도 관심이 많아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국내 대체육 기업들 중 기술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디보션푸드(회사 홈페이지)를 찾아갔어요. 디보션은 총 6명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이지만 이제 곧 대체육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고 몇몇 대기업과도 콜라보 일정을 논의하느라 바쁜, 이 업계의 최강자예요.

에디터가 가장 궁금한 부분은 이거였어요. 어떻게 이런 맛을 연구해서 만들어내는지를요. 그리고 고기를 더 이상 먹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만족(맛이든 영양이든)할 수 있는 건지도요.

90년대 ‘콩고기’를 잊어야 하는 이유


에디터는 오래 전 '육식의 종말(제레미 리프킨)'이란 책을 읽고 채식을 시도해본 적이 있어요. 고기는 안 먹지만 생선, 유제품, 계란까지는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생활을 6개월 해 봤는데 몸 건강은 물론이고 의외로 마음 건강까지 좋아졌던 기억이 있어요. 짧은 중국 어학 연수(=고기 피하기 힘듦)와 사회 생활 개시(=삼겹살 피하기 힘듦)로 인해 채식을 접긴 했지만 요즘 다시 고기를 줄이는 중이에요. 인터넷으로 대체육 상품 몇 개를 주문해봤죠. 구워도 보고 볶아도 보니, 최소한 집에서 고기를 완전히 대체하는 덴 문제가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기업이 이런 걸 만드나 싶어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기술력이 가장 뛰어난 곳을 찾다가 만나게 된 곳이 디보션푸드예요. 정식으로 소개부터 할게요. 디보션푸드는 쉐프 출신인 박형수 대표와 이용민 이사가 의기투합해서 창업한 스타트업이에요. 지금은 식품공학 전문가인 김민정 연구원, 영양학 전문가인 김정은 연구원, 김용수 디보션푸드 연구소장, 재무 담당인 임경훈 님까지 6명이 힘을 합치고 있어요. 대체육 어벤저스 같은 느낌...?

에디터가 궁금했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먼저 어떻게 맛과 영양을 창조(!)하는지. 그리고 타깃이 비건인지 아닌지. 디보션푸드 구성원 4명이 각자 분야별로 설명해 준 이야기를 합쳐서 Q&A로 풀어봤어요.

경기도 안성의 연구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는 디보션 멤버의 무려 3분의 2인 4분이 참석해 주셨어요! 왼쪽부터 이용민 이사, 김민정 연구원, 박형수 대표, 김정은 연구원.


Q. 어떻게 고기 맛과 향을 구현하는 건가요?

A. 고기 맛이 어디서 나는지를 연구해서 데이터를 축적한 다음에 식물성 성분에도 비슷하게 적용을 해요. 디보션푸드는 육류에 들어있는 미오글로빈 성분이 고기 맛과 향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걸 분석해서 최대한 비슷한 식물성 성분을 써요. 100%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고기 맛을 구현하는 성분들이 있거든요. 그걸 어떻게 조합해서 고기맛을 내는지는 각 제조사마다 달라요.(그래서 나머지는 영업비밀)

Q. 디보션푸드는 화학첨가물 대신 천연재료로만 만든다던데. 성분별로 알고 싶어요.

A. 1990년대까진 정말 ‘콩고기’였어요. 콩을 갈아서 두부처럼 만든. 그런데 그 이후로는 기술이 발전했죠.

대체육의 단백질은 주로 콩류에서 나와요. 대두, 병아리콩 등을 섞어서 쓰기도 하고 요즘에는 곡물이나 견과류에서 추출도 하구요. 고기는 원래 '결'이 있는데 식물성 단백질은 결이 없으니까 고온, 고압으로 식감을 더하는 작업을 해요.

대체육에 들어가는 지방은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코코넛오일 같은 식물성 지방이에요. 이 부분이 어려운 부분이죠. 액체 상태인 식물성 지방을 고체로 만드는 대목요. 국내외 대체육 기업들은 보통 '수소화공법'이라고, 식물성지방에 수소를 집어넣어서 고체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몸에 좋지 않은 트랜스지방이 많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디보션은 100% 식물성 지방을 고체화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했어요. 다른 제품보다 식물성 지방이 고체로 유지되는 시간이 길고(=응고점이 높음!) 녹아도 투명해서 진짜 고기같죠. 돼지고기, 소고기는 구워도 지방이 다 녹아내리지 않잖아요. 덕분에 육즙도 더 나오구요.

Q. 색깔은요?

A. 천연 색소를 쓰죠. 대체육, 특히 패티(햄버거용 등)는 조리하기 전엔 붉은 색이다가 조리하면 갈색으로 변하는(갈변) 기술이 필요한데요. 고기를 구웠는데 여전히 붉은 색이면 '가짜'라거나 덜 익었다는 인식을 갖게 되니까요. 다양한 식물성 색소 조합을 연구하고 과학적으로 그 색깔을 측정해서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요.

(*디보션푸드의 연구실에는 고기의 질감과 색깔을 수치로 나타내주는 장비가 몇 가지 있었어요. 기업 비밀이라 사진 촬영은 불가!)

대체육 조리 전(위)과 조리 후의 색깔이 달라요. 직접 맛봤는데, 대체육 특유의 콩 냄새를 없애려고 많이 노력했다더니 실제로도 콩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딱 좋은 정도의 기름기가 돌면서도 담백해서 에디터 입맛에 잘 맞더라구요.


Q. 대체육을 먹어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식감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고기 같은, 질긴 식감을 낼 수는 없는 건가요?

A. 대체육은 패티 같은 다짐육 종류로 많이 판매되잖아요. 그런데 '구워먹는 고기'를 기준으로 삼아서 다짐육과 비교하다 보니까 대체육의 부드러운 식감이 문제시되는 것 같아요. 사실 진짜 고기 패티도 햄버거에 들어가면 소스 때문에 더 부드러워지거든요. 기술적으로 더 질긴 식감을 만드는 건 오히려 쉬워요.

Q. 영양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죠?

A. 연구소에서 계속 영양소를 분석하면서 목표치에 맞춰 만들어요. 아무래도 국내 소비자들은 고단백을 원하고, 시중 대체육 제품들을 보면 지방 함량도 높아요. 지방이 많이 들어가야 맛이 더 강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이니까,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데도 콜레스테롤 함량은 '0(소고기는 100g당 콜레스테롤 80mg)'이에요. 칼로리도 소고기보다 낮아요. 소고기 패티(80g 기준) 한 장이 290칼로리인데 우리 제품은 190~200칼로리 정도.

돼지맛, 닭고기맛, 참치맛도 개봉박두


Q. 정작 비건의 입장에선 ‘진짜 고기 같다’는 설명에 오히려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디보션푸드가 설정한 타깃 소비자는 비건인가요, 아닌가요?

A. '비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체육'을 표방하고 있어요. 일반 소비자층이 주 타깃인 셈이죠. 특히 건강 때문에 고기를 줄여야 하는 분들요. 고기를 전부 대체하자, 는 건 아니고 일주일에 5번 먹을 걸 2, 3번 이하로 줄이자는 거예요.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도 정말 100% 고기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없어요. 하지만 대체육은 낮은 칼로리 대비 풍부한 영양소, 콜레스테롤 제로, 친환경 같은 장점을 내세워서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거죠.

지금까지는 소고기와 비슷한 대체육을 생산해왔는데(소고기가 제일 비싸니까 대체육 수요가 제일 많을 거라는 판단, 해외 기업들도 마찬가지래요) 돼지나 닭고기, 참치맛 대체육도 이미 연구를 마쳤어요. 이미 소고기로 연구&생산 프로세스를 완성했기 때문에 다른 맛 고기도 조금만 손보면 되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영양소를 구성해서 새로운 ‘기획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대체육의 재미있는 부분이죠.

디보션의 대체육은 유전자변형식품(GMO)을 쓰지 않는대요. /디보션푸드 홈페이지 캡처


Q. 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준비 중인데, 많은 양을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을까요?

A. 매일 3톤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충북 음성에 짓고 있어요. 6~7월쯤 생산이 시작될 것 같고요. 생산 단가는 이미 소고기보다 낮아요. 소를 키우고 도살할 필요가 없어서 가능한 일이죠. 공장이 가동되면 지금보다도 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 가능할 거예요.

디보션은 애초에 B2B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요. 디보션은 대체육 재료와 기술을 담당하는 회사인 거고, 우리 기술로 생산한 제품을 식품 기업에 공급하는 거죠. 이미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식품 대기업들(카페·버거 프랜차이즈)과 논의 중인데, 만두나 핫도그, 패티 같은 제품으로 소비자들과 만나게 될 거예요. 대신 '바이(By) 디보션푸드'라는 문구가 붙겠죠. 전세계 PC 업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인텔처럼요. "디보션 푸드에서 만들었으니 맛있겠군" 이란 소비자 신뢰를 얻고 싶어요.

Q. 대체육이 어떻게 환경에 기여하는지도 궁금해요.

A. 소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곡식 7kg, 물 10만 리터가 필요하고 13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요. 반면 디보션의 대체육은 대기오염과 물 소비를 각각 90%, 88% 줄일 수 있어요. 필요한 토지도 98% 줄구요. 가축이 먹는 사료(곡물)를 생산하는 데 지구 표면의 45%가 쓰이고 있다는데, 이걸 확 줄일 수 있어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많은 궁금증이 풀렸어요. 마지막으로 디보션푸드의 강점 하나 더. 해외 제품들과 달리 습식에 강하대요. 무슨 말이냐면, 국에 넣고 끓여도 형태가 잘 유지된다는 거죠(물론 하루씩 팔팔 끓이면 음...진짜 고기도 다 풀어집니다…). 고기를 끓이는 요리가 많은 한국 스타일에 맞춘 셈이에요.

디보션푸드도, 다른 대체육 기업들도 힘내서 하루 빨리 마트에 ‘대체육 코너’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보긴 어렵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수 있어요. 우리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 용사들이 사랑하는 지구를 위해서도 대안이 될 거예요. 일용이와 함께 파이팅!

지구용 레터의 마스코트 ‘일용이’가 지구 용사를 찾아갈게요, 구독료는 0원! [구독하기]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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