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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랏빚 빨간불인데 백신 휴가비 지원까지 강행하나


국내외에서 한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선심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의 확산을 돕기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접종자의 휴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자영업자의 손실을 소급해서 보상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모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 것들이어서 재정 당국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백신 유급 휴가 국고 지원 관련 검토’ 문건에 따르면 근로자 1,820만 명을 대상으로 하루 7만 원을 지원하면 2조 5,000억 원이 소요된다. 지원 대상을 백신 접종 전체 인원으로 확대할 경우 6조 2,000억 원이 필요하다. 3차 접종, 변이 바이러스 대응 등이 반복되면 재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백신 휴가제를 시행 중인 나라는 7개국뿐인데 이 가운데 휴가비를 지원하는 나라는 전혀 없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액 재원도 소급 적용 시기·대상·기준 등에 따라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표만 생각하면서 현금 뿌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은 고령층에게 노인 목욕비와 이·미용비로 6만 원 상당의 ‘효도 이용권’을 지급했다. 이처럼 지자체장 직함을 찍은 쿠폰을 지급한 자치단체가 30여 곳에 이른다.



국가 채무가 올해 965조 원에 달하고 연금 충당 부채 등까지 감안한 국가 부채는 이미 지난해 2,000조 원에 육박했다. 한국개발연구원도 이를 감안해 “재정지출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국제 신용 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정부 부채가 역사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며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거를 앞두고 금품 살포 포퓰리즘에 빠지면 결국 망국으로 내몰리고 미래 세대는 엄청난 나랏빚 폭탄을 떠안게 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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