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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이탈하겠습니다"…슬로우로드가 이끄는 제주 [잇써보니]

티맵모빌리티 ‘제주 슬로우로드’

“소요시간 보다 여정의 경로가 더 중요한 느린 내비게이션”

슬로우로드를 선택하면 목적지로 가는 동안 제주도청과 제주관광공사의 관광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정된 경유지가 나타난다/노현섭 기자




코로나 19 이후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제주도에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유명 관광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코로나 19로부터의 자유와 청정 자연에서 조용한 ‘휴식’을 원하던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하지만 티맵모빌리티의 ‘슬로우로드(Slow Road)’를 켜는 순간 이러한 고민이 말끔히 사라졌다. 비록 목적지까지 도착 시간은 기존 내비게이션이 제시한 길 보다는 느려졌지만 가는 내내 곳곳의 비경만을 골라 보여주는 슬로우로드는 ‘제주도의 숨은 보석을 찾게 해주는 보물지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슬로우로드 홈페이지/사진제공=티맵모빌리티


슬로우로드는 티맵모빌리티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관광공사, 제일기획과 함께 느린 길 경로를 제공하는 새로운 내비게이션 서비스다. 내비게이션이 목적지까지의 빠른 길 대신 다양한 여행지를 경유하는 느린 길로 안내하는 역발상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슬로우로드 서비스는 현재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아이폰 운영체계인 iOS에서는 올 하반기에 서비스가 제공되고 추후 맛집 등도 연계 될 예정이다.

내륙으로 안내하는 기존 경로 대신 슬로우로드는 주요 비경이 있는 해안도로를 안내하고 있다./노현섭 기자


제주 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을 빌려 곧바로 기존 내비게이션과 최근 SK텔레콤(017670)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의 슬로우로드를 동시에 켰다. 오후에 도착한 만큼 일몰을 볼 수 있게 목적지는 제주시 서쪽에 있는 한담공원으로 잡았다. 기존 티맵은 소요시간이 30분(티맵 추천 기준)이, 슬로우로드는 47분이 소요된다고 나왔다. 최단 소요시간을 매번 선택했던 습관이 있어 17분이나 더 돌아가야하는 길을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경로를 자세히 살펴본 후 마음이 바뀌게 됐다.

해안도로를 안내하는 슬로우로드 경로와 달리 차량 내비게이션은 내륙으로 방향을 틀도록 안내하고 있다./노현섭 기자


슬로우로드는 애월해안로로 안내하고 있었고, 기존 티맵은 내륙의 국도를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애월에서 공항으로 가면서 해안도로를 통해 가고 싶었지만 내비게이션은 내륙 방향 빠른 길을 계속 나타냈고,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감히 무시하고 해안도로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다 막다른 길이거나 길이 좁아 차량이 갈 수 없는 길이 나와 결국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있었다. 제주도를 많이 방문하지 않은 초보자에게 ‘경로를 이탈했다’는 내비게이션의 경고를 이겨내긴 쉬운일은 아니다.

목적지 가는 중간에 있는 이호태호 해수욕장/노현섭 기자




슬로우로드가 안내하는 대로 길을 가자 해안도로가 나타났다. 차량 내비게이션은 자꾸 내륙 쪽으로 방향을 틀라고 했지만 슬로우로드를 믿고 그대로 갔다. 시원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잠시 달리자 말 모양으로 유명한 이호태우 등대와 해수욕장이 나왔다. 이곳에 차를 세운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목적지를 향했다.

목적지 가는 중간에 나타난 ‘남토리 쉼터’/노현섭 기자


5분 여간 움직이자 슬로우로드의 진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잘 정돈된 소나무를 배경으로 이름 모를 아름다운 절벽이 나타나자 큰 고민 없이 차를 세웠다. 제주 올레길 중 한 곳인 이곳은 ‘남또리 쉼터’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올레길을 이용하는 관광객 두어명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니 깍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에는 이름모를 새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잔잔한 바다에는 해녀가 능숙하게 물질을 하고 있었다. 바닥에 있는 현무암은 용암이 흐른 모습 그대로 굳어 있었고, 그 틈으로 풀꽃들이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고 있었다. 해안 돌담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런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됐다. 일반 내비게이션을 사용했다면 절대 얻을 수 없었던 이러한 경험을 선물로 준 슬로우로드에 고마운 생각마저 들었다.

슬로우로드 경로 대부분이 해안 도로 등 주요 관광 명소 및 숨겨진 아름다운 장소들을 안내하고 있다/노현섭 기자


이후 여행은 ‘소요시간’이 아닌 ‘여정의 경로’가 중심이 됐다. 기대감에 여행의 즐거움도 커졌다. 이전에는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여행의 즐거움을 느꼈다면 이제는 목적지로 가는 내내 여행의 즐거움이 가득하게 됐다. 특히 슬로우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7개 권역에 ‘제주 빵지순례’, ‘안개낄때 운치있는 힐링숲길 드라이브’ 등 다양한 테마가 소개 돼 취향에 따른 여행의 즐거움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번 체험을 통해 휴가 시즌 슬로우로드로 느리지만 아름다운 여행을 경험해 보는 것도 코로나 19가 가져온 우울감을 날려 버릴 수 있는 좋은 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남게 됐다.

슬로우로드를 따라 가다 만난 이름모를 해안 절벽/노현섭 기자


슬로우로드를 따라 가다 만난 이름모를 해안 절벽/노현섭 기자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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