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와 대웅제약(069620)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 전쟁’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미국에서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자 대웅제약은 “한심하고 무책임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날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메디톡스는 올해 1분기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로부터 소송 합의금 등 768억 원을 받으면서 순이익이 급증했다.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를 볼 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성적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메디톡스는 대웅과 대웅제약,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를 상대로 추가로 소송 2건을 미국에서 제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온바이오파마는 미국 등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치료용 목적으로 허가·수입·판매하는 권리를 가진 파트너사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이온바이오파마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을 무시하고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 공정을 도용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려 해 이를 저지하고자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도용한 기술로 대웅과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독소 생산 방법에 관련된 미국 특허를 얻은 점도 문제라고 판단해 미국 버지니아 동부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고 설명했다. ‘미용 톡신’뿐 아니라 ‘치료 톡신’도 문제 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ITC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제조 공정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21개월 간 나보타의 미국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대웅제약 나보타에 대한 미용 목적 판권을 가진 파트너사 에볼루스는 메디톡스 등과 계약을 맺고 합의금과 로열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나보타 판매를 재개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이번 조치를 놓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메디톡스 추가 소송은 내용은 같고 주장 장소만 ITC에서 일반 법원으로 옮겼을 뿐”이라며 “한심하고 무책임하다. 아직도 미국 변호사에게 돈을 쏟아붓는 것이 이제는 안쓰럽다”고 쏘아붙였다.
양사의 소송전은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메디톡스의 1분기 순이익은 55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1억 원) 대비 흑자 전환하며 1,001.6% 증가했다. 에볼루스 소송 합의금과 리이센스 부여 대가 768억 원이 들어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318억 원, -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2% 줄고 적자는 55.6% 줄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가 분기에 소송에 쓰는 돈이 50억~100억 원”이라며 “대체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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