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론 잔액은 32조 464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1년 전보다 10.1% 늘었는데 증가율이 10%를 넘은 것은 4년 만이다. 규모와 증가 속도도 문제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구체적인 내용이다. 소득이 낮은 20대와 60대 이상의 증가율이 각각 19%, 17%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나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젊은 층이 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힘들자 카드론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카드론 이용자 중에는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돌려 막기를 하는 다중 채무자가 많다. 지난해 상반기 신용카드 대출자의 56%가 3곳 이상에서 카드론을 썼다. 6개월 이상 연체한 악성 카드론의 비율도 지난해 12.8%에 달했다. 이 비율은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6.5%)에 비해 2배로 2003년 카드 대란 직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15세 이상 국민이 가진 1인당 신용카드가 지난해 말 기준 4.1장인데 이는 카드 대란 당시(4.6장)에 육박한다.
현재 카드론 금리는 13% 전후여서 3% 수준인 은행 신용 대출 금리의 4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카드론은 작은 충격에도 가계와 금융 부실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특히 카드론 연체는 1,700조 원을 넘는 가계 부채의 폭탄을 터뜨리는 뇌관이 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대외경제장관회의 자료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 가계 부채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3년 카드 대란은 350만여 명의 신용 불량자를 양산하는 등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제2의 카드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이 무분별한 카드 대출을 억제하고 다중 채무자 관리 등 선제적인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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